‘로비스트’ 아역 배우 남지현·이현우
‘로비스트’ 아역 배우 남지현·이현우
“너희들 〈로비스트〉에 나왔던 아이들이지?” 어른들은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반색한다. 악수나 사인을 청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남지현(12) 이현우(14) 두 아역배우들은 코스모스 이파리 같은 앞니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쑥스러움을 이기려고 애써본다. 죽음과 강간과 배신으로 피투성이가 된 어른들을 지켜보던 화면 속의 조숙한 표정은 어디로 갔을까?
“대본 연습할 때는 눈물이 안 나왔는데요, 찍을 때는 우리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절로 나왔어요.” 설레는 산골 소녀이던 극중 소영(남지현·왼쪽)은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과 결별한다. 지금까지 드라마 4편과 영화 2편에 출연하며 쌓았던 연기 경험으로 〈로비스트〉에서 절절한 슬픔을 표현했던 남지현양은 실제로는 “밝고 남자애 같은 소영이랑 평소 성격도 행동도 비슷해서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신나게 재잘거리는 꼬마다. 그래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으로 2006년 에스비에스 연기대상 아역상을 받았던 배우답게 “방송을 보니까 역시 첫 촬영 때 찍었던 잠수함 장면이 가장 어색해 보여 아쉽더라”고 야무지게 덧붙인다.
반면 이현우군은 “(무장공비에게 아버지가 죽고 입양되는 줄거리는) 아무나 겪기 힘든 이야기들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되새긴다. 동생을 위해 떨리는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을 찍던 날, 극중 수지가 자기의 진짜 동생이라고 생각하면서 감정을 잡느라 애썼단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지현양과 비슷한 키, 가녀린 체격에 반듯한 미소년인 이군은 감독들의 요구에 성실히 응하면서 배워가는 유형이다. 지금은 〈대왕 세종〉에서 충녕대군 역을 맡아 김성근 피디에게 하루 2~3시간씩 맹훈련을 받고 있다. “빨리 사극의 어조와 톤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라고 제법 어른스럽게 설명한다. 이현우·남지현 두 아역배우는 〈로비스트〉에 이어 〈대왕 세종〉에서도 어린 세종 부부 역으로 나란히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연기를 시작한 지 3년차이지만 아역이라는 말은 어울려도 배우라는 말은 실감하지 못하던 두 꼬마가 〈로비스트〉 촬영으로 강원도에서 보낸 기간만 두 달. 집을 떠나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지내면서 연기뿐 아니라 다른 신나는 경험도 함께 공유했나 보다. “가장 힘들고도 재미있었던 일은 수중촬영이었다”고 입을 모으더니 “더 하고 싶고 좋은 일이 생길 때까지는 열심히 연기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똑같다. 배우를 계속한다면 남지현은 구혜선 같은, 이현우는 김상중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단다. 아역배우는 늘 앞부분만 출연하고 말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몰래 대본을 들춰본다는 두 아이는 〈로비스트〉 이야기도 “조금 알고 있지만 절대 비밀”이라며 입을 다문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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