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평균 시청률 4%…“변해야 산다”

등록 2007-11-04 19:31수정 2007-11-04 19:39

위기의 ‘가요 프로’ 현장 가보니
무대위

<뮤직뱅크>(한국방송 2텔레비전) <쇼! 음악중심>(문화방송) <인기가요>(에스비에스) 등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5달 동안 평균 시청률이 모두 4% 안팎이다. 90년대 이들 프로그램의 전신인 <인기가요 베스트 50> <가요 톱 10> <티브이 가요 20>이 20%대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때와 견줘 천양지차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 음반 시장의 불황 등 사회적 변화도 시청률 하락의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차별성 없는 형식과 아이돌 스타 중심의 편향성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생방송·순위제 부활 ‘생동감’ 살리고
다양한 볼거리로 시청폭 넓히기 나서
“장르편향·단순포맷 등 구태 벗어야”

■ 생방송, 차트제 등 카드 돌파구 되나=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은 2005년 <음악캠프>의 카우치 성기 노출 사건을 계기로 녹화방송으로 전환되었다가 최근 다시 생방송을 하고 있다. <쇼! 음악중심>은 5분 지연 생방송 형태로 진행된다. 2001년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순위제를 폐지한 대신 연령·장르별 순위를 발표하는 시청자선호도 차트(<뮤직뱅크>), 국내 이동통신 3사의 다운로드 횟수를 집계한 모바일 랭킹(<쇼! 음악중심>), 한 주의 인기곡 7곡을 선정해 리서치·모바일 투표·음반 판매량 등을 집계해 1위를 선정하는 뮤티즌송(<인기가요>) 등으로 순위 매기기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뮤직뱅크>의 윤현준 피디는 “연령, 장르 등 측면에서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다양한 차트를 활용해 가요 트렌드를 알려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선후배가 함께 노래하는 ‘파워 스테이지 만남’(<쇼! 음악중심>), 두세 팀이 주제에 맞춰 특별한 무대를 선보이는 ‘스페셜 스테이지’(<뮤직뱅크>) 등 꼭지를 마련해 변화도 모색 중이다. <쇼! 음악중심>의 강연선 피디는 “파워스테이지 만남은 10대뿐 아니라 성인 시청자층까지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10월21일부터 생방송으로 전환한 <인기가요>는 출연자들의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등 변화가 눈에 띈다. <인기가요>의 장혁재 피디는 “버라이어티 요소를 많이 가미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쇼! 음악중심>과 <인기가요>의 생방송 중에 마이크 이상으로 인한 음향사고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차트제 또한 순위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청자 구아윤씨는 “인기 투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라며 “케이블이나 다른 매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지도 있는 가수들 말고 새롭고 실력 있는 신인들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 이제는 변해야 할 때=가요 프로그램들은 변화한 듯 보이지만 실상 인기 가수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음악을 듣는 진행방식은 여전하다. 그런 틀 속에서 가수의 의상, 춤 등을 강조하는 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순위제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지만 인기 가수들을 초대해 노래를 듣는 등 포맷이 과거와 비슷하다. 그 안에서 변화를 준다 해도 그리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기 가수들의 새로운 음반과 콘서트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버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에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김형진 팀장은 “가수들에게 가요 프로그램은 얼굴을 알리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진출하기 위한 관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순위제가 폐지되기 전부터 지적받은 특정 가수들의 중복 출연, 신인들 발굴 미흡 등도 이어져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총장은 “장르의 편중화가 심해지고 있다. 가요 프로는 앞으로 1년 뒤 가요계의 판도나 흐름을 제시하지 못하고 현재 인기를 따라가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결국 인기 장르만 계속 생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가요 프로그램이 대중음악의 균형적인 발전과 내실있는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문화콘텐츠전공 탁현민 겸임교수는 “영화를 기반으로 영화 분석, 영화 촬영 뒷 이야기를 전하는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있다. 하지만 가요 쪽으로는 그런 다양한 접근 방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라고 비판했다. 탁 교수는 “예를 들어 한 가수가 모타운(흑인음악 레이블)풍의 앨범을 냈다고 하면 그 모타운에 대한 정보와 아울러 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같은 장르의 음악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식의 내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긴장…환호…구슬땀

무대 뒤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등촌동의 에스비에스 <인기가요> 공개홀.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한 ‘드라이 리허설’(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연습)이 끝난 뒤 ‘카메라 리허설’이 한창이다. 무대 중앙과 양 옆에 있는 카메라 7대가 강렬한 조명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를 향해 있다. 방청객석에서는 팬들이 풍선과 플랜 카드를 흔들며 스타들을 반긴다. 대기실은 크라운제이, 빅마마, 원더걸스 등 출연진들이 모두 오프닝쇼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성우 안지환이 한 명씩 가수들을 소개하자 가수들이 무대에 속속 오른다. 가수들이 하나 둘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곳곳에서 팬들의 환호성이 터진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무대 밑에 서 있는 성우 안지환은 “생방송의 긴장감과 객석에서 바로바로 터지는 반응이 가장 매력”이라며 “외화 더빙이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할 때에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짜릿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할 때는 목소리에 감성을 불어넣는다. “각각 다른 노래들의 느낌에 맞게 전달하려고 해요. 발랄한 댄스 음악을 소개할 때는 나이트의 디제이가 하는 식으로 해보기도 하고. 그런데 나도 인간이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저절로 애정이 실려요.(웃음)”

가수들이 인사를 마치고 각자의 독무대가 펼쳐진다. 무대 앞 쪽에서 앉아 있는 송진영씨는 그 때부터 손놀림이 바빠진다. 그는 가수들이 노래할 때 뒤에 나오는 영상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대 조명과 세트, 음악의 콘셉트에 맞게 준비한 영상 자료를 노래에 맞게 선보인다. 송씨는“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딱딱 맞게 영상이 나가면 신바람 나요. 그런데 가끔 컴퓨터의 과부화로 화면이 블랙으로 나갈 때도 있어요. 그땐 정말 아찔하죠”라고 말했다.

가수들이 나오는 중간 중간 사전 녹화를 한 화면이 나간다. 생방송 중에 무대 세트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무대를 완전히 바꾸는 경우 사전 녹화를 한다. 장혁재 피디는 “한 세트로만 나가면 단조로워 보일 수 있잖아요. 가수의 곡에 맞게 세트를 바꾸면 시청자들이 그 곡에 몰입할 수 있게 되죠. 이번에는 컴백한 양동근, 팀, 윤하 등 무대를 사전 녹화했어요”라고 말했다. 김미경 작가는 “세트 제작을 위해 인테리어 잡지도 뒤져 볼 정도예요”라고 귀띔했다.

가수들의 무대를 빛내주는 이들이 있다면 가수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이 있다. 검은 양복에 이어폰을 낀 안전요원 12명. 이들은 무대와 방청석, 공개홀 입구 등을 지킨다. 경호업체 참씨큐리티의 은형석 이사는 “씨야 백댄서 실신 사고 이후에는 무대 양옆에 2명을 배치했어요. 그래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때문에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방청객들의 안전관리도 그들의 몫이다. “2년 전 만해도 이틀 전부터 자리 깔고 방청 순서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어요. 요즘은 일본, 타이에서 온 팬클럽이 늘고 있어요.”

이날은 골프 중계 때문에 정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오후 4시 30분에 본 방송이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리허설 준비를 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가수들은 ‘스탠 바이’ 사인에 떨어지자 무대 위에서 끼를 발산한다. 방청객도 지리한 기다림의 시간도 잊은 듯 그 모습에 박수와 함성을 보낸다. 그 속에서 카메라 밖에 있는 스태프들도 뜨거운 열정을 뿜어낸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