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그녀의 이중생활’
유명인 주인공 선정 놓고 논란…형식 변화 필요 목소리도
<인간극장>(K2)은 평범한 이웃들의 진솔한 삶을 통해 잔잔한 감동이 전달되어 호평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주인공 선정이나 형식 등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부터 선보이는 5부작 ‘그녀의 이중생활’(사진) 편의 주인공 선정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편에서는 치과의사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이지씨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지는 음반 두 장을 발표한 무명 가수지만 이미 얼굴이 꽤 알려진 유명인이다. 12일 방송분에서는 그가 일하는 병원을 무대로 담았다. 연예인의 주치의라고 할 정도로 잘 나가는 치과의사이고 매니저 없이 혼자 음반 홍보까지 하는 가수라는 점 등을 속속들이 소개한다. 이지가 병원을 찾은 그룹 신화의 멤버 앤디와 앤디의 뮤지컬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불필요한 장면도 방송했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병원과 음반 홍보로밖에 안 보인다” “외제차, 명품 의상과 가방 그리고 강남의 개인 병원 등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소감을 올렸다.
이에 <인간극장>의 김용두 책임 피디는 “이지씨는 기존 <인간극장>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자 선택한 것”이라며 “실패를 모르고 살던 이지씨가 가수 데뷔를 한 뒤 악플에 시달리는 등 좌절을 겪지만 다시 꿈을 향해 나가는 도전적인 삶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골드 미스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인공 선정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팝아티스트 낸시 랭(‘미워할 수 없는 그녀’ 편), 가수 에스지워너비(‘살다가 살다가’ 편) 등 연예인 출연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때 시청자들로부터 “<인간극장>이 스타들의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았다. 두 자녀를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낸 소아과 의사인 한 아버지를 그린 ‘기러기 아빠’편은 여유롭게 사는 기러기 아빠의 모습을 담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위화감 조성’ 논란에 휩싸였다.
출연자 선정 문제뿐 아니라 소재의 반복, 기승전결에 맞춘 흐름과 같은 해설자의 내레이션 등 형식이 식상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원 문화평론가는 “소재 고갈, 매너리즘에 빠진 제작 방식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전면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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