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롬
“처음엔 악성댓글 많았는데
요즘은 팬들 생겨 행복해요”
요즘은 팬들 생겨 행복해요”
“드라마에서 저처럼 뚱뚱한 배우가 설 자리가 없잖아요. 제가 잘 되면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요?” 뮤지컬 배우 출신 박재롬. 그는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는 여배우의 고정관념을 날려버린 장본인이다. 문화방송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주인공 백시향의 동생 백미녀 역을 맡아 뚱뚱한 사람들의 비애를 재미있게 그려내며 드라마의 웃음코드를 책임지고 있다. “처음엔 악성댓글도 많았어요. 티브이에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요즘은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행복해요. 특히 식당 아주머니들. 서비스를 듬뿍 주시거든요. 하하.”
호기심이 호감으로 변한 데는 드라마 속 미녀 캐릭터가 한몫했다. 미녀처럼 뚱뚱하지만 직업없이 모든 일에 의기소침한 언니 백금녀와 달리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미녀는 탭댄스 강사에 초반에는 결혼할 멋진 남자친구도 있었어요. 곧 러브라인이 형성되는데 뚱뚱한 여자가 사랑에 빠지면 우스꽝스럽게 그렸던 다른 드라마와 달리 미녀를 사랑스런 한 여성으로 담을 생각이니 기대해주세요.”
미녀는 임성한 작가가 실제 그의 모습을 반영해 빚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와 미녀는 닮은 점이 많다. “우는 연기가 가장 힘들 만큼 잘 웃고 애교도 많아요. 다혈질인 성격도 닮았어요. 하하.”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어했던 미녀처럼 그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중학교 3학년 때 연기학원을 등록했다고 한다.
<하늘시이시여> <내 사랑 못난이> 등 드라마는 이제 겨우 네번째인 신인이지만, 뮤지컬계에서는 알아주는 유망주였다. <미스 사이공> <넌센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뮤지컬만 할 줄 알았다”는 그가 드라마에 눈을 돌린 건 임성한 작가 때문이라고 한다. “<하늘이시여> 끝날 때 다음 작품 같이 하자고 했는데 정말 연락을 주실지 몰랐어요.”
그는 뮤지컬을 하기 전에도 성악, 보컬, 발레 등을 하루 12시간씩 배우며 다방면으로 준비를 해뒀다. 드라마 속 직업인 탭댄스도 2001년부터 배웠다. “신체적으로 부족한 게 많으니 남들 안볼 때 혼자 노력 많이했죠. 안양예고에서 강의도 했고 지금은 뮤지컬 아카데미도 경영하고 있어요. 악으로 깡으로 노력했어요.” 요즘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해 즐거움도 있지만 마냥 편치만은 않다고 한다. 외모 차별로 다시 배역을 맡지 못할까봐 불안해서이다. 그래도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준 이 외모를 바꿀 생각은 없단다. “예전에는 경락마사지도 받고 랩을 감고 사우나에 들어가보기도 했어요.(웃음) 지금은 이대로 활동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근데 결혼하기 전에 한 5킬로그램만 빼면 안 될까요? 하하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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