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조영’
KBS ‘대조영’ 검이역으로 인기 몰이한 정태우…“악역 도전하고파”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사극 <대조영>(극본 장영철 연출 김종선· 토, 일 밤 9시40분)이 마지막 방송 8회분을 남겨놓은 가운데 시청률 30%(11월25일 방송 34.5%·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를 넘기며 인기몰이 중이다. 무엇보다 최수종·정보석·이덕화·박예진 등 주조연 연기자들의 열연이 드라마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 가운데 매서운 눈빛에 당당한 기세를 뿜어내는 거란족 장수 검이역을 맡은 배우 정태우가 안정적인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정태우는 82회(6월24일 방송)부터 연적이자 숙명의 라이벌인 대조영과 이해고를 각각 친아버지와 양아버지로 둔 검이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검이 캐릭터에 대해 “지혜롭고 용맹해요. 두 아버지(대조영과 이해고)의 장점만 모아놓았죠”라고 했다. 이런 점보다 더 매력적인 건 검이의 인간적인 면모라고 강조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고 괴로워하지만 이것보다 ‘나보다 더 괴로운 건 나를 친자식처럼 길러준 아버지’라며 양아버지를 걱정해요. 검이의 깊은 배려심과 이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검이는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연기하기는 녹록치 않은 역할이다. 대조영이 친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발해를 세우려는 대조영과 그를 막는 이해고 사이에서 갈등하는 등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 많아서다. 그는 “<대조영>을 찍는 동안 집에서 자숙하는 마음가짐으로 대본 연습에만 몰두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6개월 넘게 이 작품에 빠져 있던 터라 작품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검이’로 지내다 보니 검이가 내 모습이 된 것 같다”는 그는 “그래서인지 유달리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아요. 특히 검이가 대조영이 친아버지라는 걸 알고 남몰래 우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네요”라고 했다.
정태우는 아직 20대이지만 사극엔 일가견이 있는 연기자다. 7살 때 1988년 영화 <똘똘이 소강시>로 데뷔한 뒤 단종(<한명회>, <왕과 비>, <서궁>), 인종(<여인천하>), 폐세자 질(<왕의 여자>), 희종(<무인시대>), 책사 최응(<태조 왕건>) 등 역할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그는 “사극에 출연하면 대사 분량도, 어려운 용어도 많아 힘들지만 현대극보다 연기하기는 편해요. 캐릭터들이 개성이 강해서 분석만 잘하면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사극에서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아역 배우로 시작해 사극뿐 아니라 시트콤, 미니시리즈 등을 넘나들며 19년 동안 쌓아온 연기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 주면 “마지막 장면을 찍는다”는 정태우는 다음 작품에선 이미지 변신을 꿈꾸고 있다. “아직 한번도 악역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엔 누가 봐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쁜 악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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