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치즈 스마일’의 기준 역 엄기준
‘김치 치즈 스마일’의 기준 역 엄기준
조인성에서 정일우까지, 스타탄생이 시트콤 불변의 법칙이 된 지는 오래다. <김치 치즈 스마일>에서도 어김없이 스타는 탄생했다. 극중 혜영의 남자친구인 아나운서 기준 역을 맡은 배우 엄기준이다. 그는 코믹한 표정연기와 섬세한 감정연기를 오가며 뒤늦게 진출한 첫 장편 드라마에서 힘찬 안타를 날리고 있다.
엄기준의 드라마진출은 지난해 <드라마시티> 두 편에 이어 세번째이지만 무대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이다. 1995년 연극 <올리버>로 데뷔한 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헤드윅>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역량을 발휘했다. <김종욱 찾기>로 제12회 한국 뮤지컬시상식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그런 그의 방송 진출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50, 60번의 오디션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어요. <오달자의 봄>에서 공형진 선배 역으로 오디션을 보기도 했어요. 아마 그랬다면 이혜영 선배와 그때 호흡을 맞추게 됐을지도 모르죠.(웃음) <김치 치즈…>은 공연을 본 작가들의 추천으로 캐스팅되었어요. 오디션도 안봤는데 어떻게 알고 부르는지 깜짝 놀랐죠. 세상 참 아이러니해요.”
그가 뒤늦게 드라마진출을 꿈 꾼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꿈이 탤런트였어요. 연극영화과를 갔는데 거기서 뮤지컬을 알게 됐죠. 대학교 때 그룹사운드 보컬도 했었기 때문에 노래하고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10년 하고 티브이에 도전하자고 다짐했는데 그 꿈을 시트콤에서 이룬거죠.(웃음)”
젊은 배우들에게는 시트콤 연기에 대한 오해가 있다. 망가진 모습이 자칫 가벼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이다. 뮤지컬에서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인 그가 시트콤 연기를 하는 데 대한 걱정은 없었을까? 그는 “드라마든 시트콤이든 무대든 연기는 모두 다 똑같다”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장르로 연기를 구분짓는다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에요. 연극과 뮤지컬에서도 웃기는 역할을 맡아봤어요. 시트콤 속 기준도 그 모습 중의 하나에요. 웃음 코드 줘야 할 때 주고 잡아줄 때만 알면 굳이 시트콤이나 드라마 연기가 다르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시트콤의 매력은 뭘까? “극을 끌고 가는 힘이 무대에서 더 발휘된다면 시트콤에서는 순발력을 배울 수 있어요. 대본이 늦게 나와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못해 아쉽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배우라면 어떤 연기든 도전하고 소화해 낼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시트콤에 임하는 배우론을 밝혔다.
작품을 병행하면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데 그에게는 예외인가 보다. 요즘 그는 1주일에 세번 대학로에서 뮤지컬 <실연남녀>에도 출연하고 있다. <김치 치즈…> 초반에는 연극 <미친 키스>를 병행했다. 그 전에도 <헤드윅>과 <베르테르의 슬픔>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그런 바쁜 나날이 연기욕심을 부추긴다고 했다. “힘들지만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20대의 내 연기는 가짜다, 30대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40대 중반이면 좋은 연기가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역할을 장르마다 생각해 놓은 것에서 연기에 대한 그의 집념이 엿보인다. “무대에서 최종 목표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 역, 영화에서는 악역, 드라마에서는 개성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심심한 인물은 싫으니까.”
“자책은 있되, 슬럼프는 없다”는 그는 하고 싶은 역할 만큼 닮고 싶은 인물도 많다. “오만석과 조승우를 뛰어넘는 게 목표에요. 둘 다 친한 선후배인데 연기를 너무 잘해요. 조승우는 무슨 역할을 할 때마다 변화가 확실하고 오만석은 세밀한 표현이 장점이죠. 둘을 뛰어 넘을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달릴겁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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