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태종’ 역 김영철
아버지 ‘태종’ 역 김영철
“부드럽고 섬세한 왕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대왕세종>에서 세종의 아버지 태종 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영철(55)을 만났다. 7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그는 “그동안 폭군으로만 비춰진 태종의 다른 얼굴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냉혹하면서도 고독한 군왕, 부정이 강한 아버지 등 다양한 태종의 모습을 극에 녹여내고 있다. 그래서 극 초반인데도 태종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왕세종>은 2000년 <태조 왕건> 이후 8년 만에 출연하는 정통사극이다. “아직도 <태조 왕건>의 궁예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궁예와 달리 가늘고 길게 가는 역을 맡고 싶어서 처음에는 태종 역을 거절했어요. 하지만 기존에 알던 태종과는 다른 모습을 그린다는 제작진의 말에 출연하기로 결심했죠.”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궁예뿐 아니라 김두한(<야인시대>) 등 강하고 선 굵은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태종 역으로 다시 정통사극으로 돌아온 그는 8년이라는 시간만큼 더욱 성숙해진 연기를 기대해도 좋단다. “<태조 왕건>을 할 때 다른 인물간의 조화와 균형을 잘 이루지 못했어요. 그때는 노련미가 없었죠. 이번에는 주인공을 잘 받쳐주며 도드라지지 않게 할 겁니다.”
그는 태종이라는 캐릭터에 인간적 갈등과 고뇌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인간은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강해보이는 태종 역시도 마찬가지죠. 나 역시도 강해보이지만 마음이 약하고 쑥스럼을 많이 타요.(웃음)” 현실감 있는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피디에게 이런 제안도 했다. “태종이 조용하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넣자고 했어요. 왕의 무게감도 느껴지고 인간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요.”
무엇보다 아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섬세하게 담으려 한다. “첫회에서 실종된 아들 충녕을 구하기 위해 계엄을 하라는 부인 원경왕후와 다투는 장면이 있어요. 싸운 뒤 원경왕후가 나가고 혼자 감정을 삭히는 장면에서 눈가에 눈물이 배게 했어요. 대본에는 허공을 쳐다본다라고만 써있었지만 아들 걱정에 마음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는 어떤 아버지일까. 그는 “동생 같은 아버지”란다. “두 아들이 형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아들이 담배를 자주 피는 나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고 충고를 하기도 하고.” 그는 아들들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하고 무섭게 대했어요. 그런데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낀 뒤로는 아이들이 알아서 하게 놔뒀어요.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도 나를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태종을 따라 36회까지 출연할 예정이다. “앞으로 양녕을 폐위하고 충녕을 왕세자로 정하는 등 심경변화가 있어요. 그래서 20회 정도를 전환점으로 삼아 캐릭터의 변화를 줄 생각이에요.”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이날도 “8회 밤 장면을 찍어야 한다”며 충남 서산에 있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