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박미선
개그우먼 박미선 6개 프로 고정출연 제2의 전성기…“후배들 보며 배워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박미선의 연관 검색어에는 ‘박미선의 굴욕’이 있다. 지난 1월초에 방송된 한국방송 2텔레비전 <해피투게더> ‘도전 암기송’에서 한 박미선의 코믹 엽기 분장 탓이다. 사우나 탈출의 명운을 걸고 박명수를 웃기기 위해 돼지코, 대머리 가발까지 쓰고 아낌없이 망가졌는데 결과는 두번이나 실패. 방송이 나가자 누리꾼들은 ‘박미선의 굴욕’ 사진을 퍼뜨리며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다. 1월30일에 만난 박미선은 “주책없다고 할까봐 걱정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싫지 는 않다는 투로 “지금은 하이라이트 사진으로 계속 나오니 문제”라면서 큰 눈을 찡긋거렸다. 인기가 치솟자 그는 최근 <해피투게더>의 고정 진행자로 자리를 굳혔다. “요새 제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잘 나온데요. 장년층의 시청이 늘었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죠.” 실제로 이경실과 함께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던 1월28일 문화방송 <지피지기> 시청률도 21일 8.8%에서 12%(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로 올랐다.
<해피투게더> 외에도 그가 고정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신동엽의 있다! 없다?> <러브 인 아시아> 등 모두 6개. 특유의 친근함으로 어디서든 환영받는 패널이다보니 지난 주에는 설 특집까지 합쳐 한 주 동안 14개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성격따라 무난하게 튀지 않으면서 방송을 해 온 덕분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라고 특별할 것 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니까 더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요즘은 남편 이야기로 먹고 살아요(웃음).”
1988년 문화방송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박미선은 개그·라디오·교양·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의 프로그램에서 20년간 꾸준히 활동해왔다. 특히 <순풍 산부인과> <돌아와요 순애씨> <황금신부> 등 “옆 집 놀러가듯이 영역을 넓혀 출연”하기 시작한 드라마에서도 물 오른 감초 연기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방송을 시작한 뒤로 아이 둘 낳으면서 한달씩, 두달 쉬어봤어요. 신인시절도, 슬럼프도 없이 가늘고 길게 쭉 온 것 같아요. 후배들이 부러워하죠.”
‘물갈이’가 빠른 방송환경에서 그처럼 장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그와 비슷한 연배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개그우먼은 조혜련, 이경실뿐이다. “조혜련은 ‘힘’, 이경실은 ‘말’, 전 깐죽거리는 식으로 보여주는 게 달라요. 셋 다 욕심부리지 않고 필요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니까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요즘은 정형화 된 형식보다 ‘리얼’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들이 늘면서 그도 후배들에게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전 가무에도 능하지 않고, 사투리나 성대모사 같은 개인기도 없어요. 잘 어울려 웃다가 한두 마디씩 던지는 입이 다예요. 이렇게 막 놀아도 되나 싶을 만큼 자유롭게 프로그램에서 노는 후배들을 보며 저도 늘 배우면서 하죠.”
쉼표 없이 살아온 방송 생활이 지긋지긋하진 않을까. “이 직업의 좋은 점은 지겨울 만하면 개편이 되어 새로운 걸 하게 된다는 거예요.(웃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대중의 사랑도 받으니 얼마나 좋아요. 몇 번의 부업 실패로 세상살이가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 이 곳만큼 안락한 곳이 없어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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