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호위무사 서장보 역 서범식
‘이산’ 호위무사 서장보 역 서범식
<이산>에서 세손을 호위하는 익위사 3인방 중 서장보 역을 맡은 서범식은 방송과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스턴트맨, 액션 배우, 무술 감독으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16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그의 얼굴을 보고 출연 작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사고차량 운전사’(<하루>), ‘깍두기5’(<공공의 적>), ‘덩치’(<이중간첩>)라는 배역 이름들처럼 잠깐 스쳐 지나가거나 격렬하게 싸우고 사라지는 역들이 대부분이어서다. <이산>의 서장보 역은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이번 역은 액션도 있지만 약간은 모자란 캐릭터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하는 건 무술 쪽 가족들이 봤을 때나 연기지, 연기 선배들이 보기엔 아직 멀었지만요.”
약 6년 전부터 그는 무술 감독보다 무술 배우에 더 방점을 찍어 활동해왔다. <해신>에서 염장(송일국)의 수하로, <주몽>의 무골로 등장하면서 차츰 얼굴을 알려가는 중이다. 특히나 그는 이병훈 피디의 작품마다 단골로 등장해왔다. 대사 한 마디 없던 단역의 <허준>부터 호위무사 역을 맡았던 <상도>와 <서동요>, 무술 지도를 했던 <대장금>에 이어 <이산>까지 연이어 출연 중이다. “이병훈 피디는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에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가정을 일굴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분이니까요. 너무 고마운 분이죠.”
군대를 제대하고 형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세 번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우연히 구경하게 된 무술 시범현장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체육관을 찾아가 운동을 시작하며 스턴트와 액션의 세계로 들어왔다. 처음 출연했던 액션 데뷔작은 <미망>이란 사극. 맡은 역은 칼에 베면 ‘으악’하고 죽는 일명 ‘으악새’였다. 회장님 운전사로 나오던 <그 여자네 집>은 처음으로 대사를 쳐봤던 작품이다. <주몽>은 몸이 우선이 아닌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로서 연기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전투에서 그가 연기한 무골이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죽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촬영 전날 잠을 못 잤어요. 다음 날, 감독님이 슬픈 음악을 들려주며 눈물도 한 방울 흘렸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난감하더라고요. 다행히 한번에 연기가 됐는데 갑자기 어느 보조출연자의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감독님이 의자를 집어던졌죠.(웃음)”
스턴트나 액션 배우들은 나이가 들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내 얼굴이 없는 가족 사진을 보며 가족들에게 미안”할 만큼 바쁜 것도 잠시, 현장에서 한 번 크게 다치면 몇 개월 또는 몇 년씩 일을 못하기도 한다. “십여년 전 어느 드라마에서 한강으로 차가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다 친한 형은 즉사하고, 전 무릎을 다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몸과 마음이 다칠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지만 이 일을 한 걸 후회는 안해요.”
액션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그는 당부한다. “화려한 모습만 보고 액션에 도전했다 남은 이들은 100명 중 10명도 안 되요. 신중하게 선택하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앞날을 생각해야 하죠.” 그에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일까. “새벽에 일 끝내고 집에 들어가 방문을 열면 아이들 셋과 아내로 방이 꽉 차 있어요. 가슴이 막 벅찰 때죠.”
김미영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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