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둔 SBS, 이미지만 실추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일부 방송사 피디들 사이에 회자돼 왔다는 말이다. 시청자들과 언론들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프로그램 시청률(청취율)만 좋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란다. 이런 구시대적인 발언을 일삼는 피디들이 이젠 거의 사라졌겠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들이 깔려있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비근한 예가 서세원씨의 방송 복귀 움직임이다. 지난 주말 서씨가 에스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달 2일 시행될 봄 개편에서 에스비에스 라디오의 신설 프로그램 진행자로 서씨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여론의 반대가 심하자 18일 저녁 전격 취소했지만, 에스비에스의 의도는 이달 초 이미 감지됐다. 지난 7일 에스비에스 아침 프로에 서씨의 부인 서정희씨가 출연한 것. 3년만에 방송에 얼굴을 비친 그는,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미국으로 도망갔던 남편에 대해 얘기했다. 남편 서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읽으며 도피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놨다. 많은 주부 시청자들이 같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을 법하다. 그러나 남편이 왜 도피했는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방송 복귀를 앞두고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방식인 듯 보였다면 지나친 걸까? 서씨는 2002년 7월 홍콩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가 이듬해 자진 귀국해 배임증재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여섯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논란을 예상한 에스비에스 쪽은 서씨가 진행할 프로그램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예인이 진행자로 나서지만, 공익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테니 이해해달라는 말로 들린다. 유사한 문제가 에스비에스에 여러차례 있어왔다. 지난 2003년 같은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문화방송에서 쫓겨난 은경표 피디를 영입하려다 포기했고,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기소된 영화배우 이경영씨를 드라마에 출연시키려다 논란이 되자 취소했다. 이밖에 2003년 ‘음주 방송’으로 문화방송에서 퇴출된 디제이 이종환씨를 복귀시키려다 무산됐고,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누드 영상집을 내려다 물의를 빚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던 탤런트 이승연을 아침드라마에 캐스팅하려다 좌초된 적도 있다. 에스비에스가 이처럼 ‘문제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에 적극 나서온 것은 “개야 짖든 말든 기차는 달리게 하겠다”는 의도로 오해하게 만든다. 지상파의 공공성에 대한 몰이해와 극단적인 시청률 지상주의의 상업성 냄새를 물씬 풍긴다. 지난해 방송 재허가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에스비에스는 당시, 이번 봄 개편 때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불거진 서세원씨 복귀설은 여론 떠보기 성격이 짙지만, 봄 개편 공식 발표 전부터 이런 풍문이 떠돈 것은 ‘공익도 생각하는 에스비에스’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일부 방송사 피디들 사이에 회자돼 왔다는 말이다. 시청자들과 언론들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프로그램 시청률(청취율)만 좋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란다. 이런 구시대적인 발언을 일삼는 피디들이 이젠 거의 사라졌겠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들이 깔려있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비근한 예가 서세원씨의 방송 복귀 움직임이다. 지난 주말 서씨가 에스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달 2일 시행될 봄 개편에서 에스비에스 라디오의 신설 프로그램 진행자로 서씨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여론의 반대가 심하자 18일 저녁 전격 취소했지만, 에스비에스의 의도는 이달 초 이미 감지됐다. 지난 7일 에스비에스 아침 프로에 서씨의 부인 서정희씨가 출연한 것. 3년만에 방송에 얼굴을 비친 그는, 지난 2002년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미국으로 도망갔던 남편에 대해 얘기했다. 남편 서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읽으며 도피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놨다. 많은 주부 시청자들이 같은 아내이자 엄마로서 공감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을 법하다. 그러나 남편이 왜 도피했는지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방송 복귀를 앞두고 시청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방식인 듯 보였다면 지나친 걸까? 서씨는 2002년 7월 홍콩으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가 이듬해 자진 귀국해 배임증재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여섯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논란을 예상한 에스비에스 쪽은 서씨가 진행할 프로그램이 소외된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연예인이 진행자로 나서지만, 공익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테니 이해해달라는 말로 들린다. 유사한 문제가 에스비에스에 여러차례 있어왔다. 지난 2003년 같은 연예계 비리 사건으로 문화방송에서 쫓겨난 은경표 피디를 영입하려다 포기했고,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구속기소된 영화배우 이경영씨를 드라마에 출연시키려다 논란이 되자 취소했다. 이밖에 2003년 ‘음주 방송’으로 문화방송에서 퇴출된 디제이 이종환씨를 복귀시키려다 무산됐고,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누드 영상집을 내려다 물의를 빚고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던 탤런트 이승연을 아침드라마에 캐스팅하려다 좌초된 적도 있다. 에스비에스가 이처럼 ‘문제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에 적극 나서온 것은 “개야 짖든 말든 기차는 달리게 하겠다”는 의도로 오해하게 만든다. 지상파의 공공성에 대한 몰이해와 극단적인 시청률 지상주의의 상업성 냄새를 물씬 풍긴다. 지난해 방송 재허가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은 에스비에스는 당시, 이번 봄 개편 때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 제작에 적극 나서 다시 태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불거진 서세원씨 복귀설은 여론 떠보기 성격이 짙지만, 봄 개편 공식 발표 전부터 이런 풍문이 떠돈 것은 ‘공익도 생각하는 에스비에스’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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