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촬영현장
결혼해서 애 낳고 더 이상 내 인생의 로맨스는 없다고 포기할 때 느닷없이 사랑이 찾아온다면? 8일 첫방송 된 문화방송 새 주말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연출 이태곤, 극본 문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사랑을 꿈꾸는 여자들의 로망을 그린 작품이다. 중년 여성의 사랑을 그렸으나 불륜으로 찐득거리지 않고, 젊은이들의 로맨스처럼 통통 튄다.
입주 가정부와 인기 배우 좌충우돌 사랑얘기
중년층 위한 ‘할리퀸 로맨스’…위로와 공감도 ■ 청춘, 첫사랑에 대한 로망=지난 1일 경기도 평택의 한 세트장에서 진행된 촬영 분위기도 로맨틱 코믹극답게 시종일관 밝았다. 이 날은 인기 배우인 재빈(정준호)의 집에 선희(최진실)가 입주 가정부로 들어오는 문제를 두고 재빈의 가족과 소속사 식구들이 찬반 투표를 하는 3회 장면이 촬영 중이었다. 입주를 반대하는 재빈의 뜻과는 반대로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자 재빈은 배신자들을 축출해 응징에 나선다. 실제 고등학교 때 배구 선수였던 정준호의 매운 손맛을 본 조연들의 실감나는 표정 연기에 스태프들의 웃음소리가 껄껄 이어지고, 이태곤 피디도 웃음을 못 참겠다는 듯 “컷” 소리를 외친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지난한 삶만 남았을 뿐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다. 영화 <은밀한 유혹>처럼 가정을 지키고 싶은 유부녀가 일탈에서 맛보는 설레임이 묻어있다. 선희는 경제사범으로 구치소에 들어간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다 우연히 인기 배우 재빈이 나이를 속인 첫사랑 동철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나이를 속이고 철저하게 상품화된 직업을 가진 남자와 빚 청산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여자는 서로의 약점을 갖고 으르렁거리다 사랑에 빠진다. 가슴 설레던 첫사랑과의 재회로 삶에 찌든 입주 가정부가 인기 스타와의 사랑을 이루는 ‘아줌마 버전 신데렐라 이야기’다. <천하일색 박정금>(문화방송)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나오는 정금(배종옥)-용준(손창민)이나 <미우나 고우나>(한국방송)에서 첫사랑이었던 동지(김혜숙)-만수(이정길) 이야기처럼 중년 로맨스를 그린 또 하나의 드라마다. 이태곤 피디는 “여자의 꿈은 잊혀지는 게 아니라 감춰지는 것 같다. 현실에서 못 이룬 사랑을 티브이를 보며 이뤄보자는 것 아니겠냐”며 중년들의 사랑에 대한 로망을 설명했다.
■ 외로움, 관심에 대한 이야기=서른 아홉에 조기 폐경을 맞은 선희. 폐경은 주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지만 선희는 우울함에 빠질 새도 없이 돈 벌기에 바쁘다. 나중에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까지 하게 되는 선희에게 필요한 치료약은 오로지 관심뿐. 재빈과의 티격태격 싸움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기에 점차 사랑으로 번져간다. 남편의 무관심, 품을 떠난 아이들의 빈자리로 자신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빈둥지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할 대목이다. 최진실은 “여자들은 언제나 로맨스를 꿈꾸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사랑이 아닌 첫사랑과의 공감가는 사랑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필요한 건 재빈도 마찬가지다. 만인의 연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그는 늘 외롭다. 정준호는 “재빈의 모습엔 다이어트 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성과 영화도 자유롭게 보러다니지 못하는 실제 배우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주부들의 공허한 마음을 파고들면서 극중 대사처럼 “한 가지 얼굴로 만 가지 인생을 사는 직업”을 가진 배우들의 삶을 밀착해서 보여준다. 평범한 여성과 스타의 사랑을 그린 <별은 내 가슴에> <풀 하우스>의 ‘주부판 트렌디 드라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년의 첫사랑에 대한 로망은 서로가 기억하는 젊음부터 깨버린다. 뽀글머리에 검정 뿔테를 낀 촌스러운 아줌마와 나이를 속인 채 가식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배우가 된 선희와 재빈은 서로가 기억하던 모습에서 너무 멀어져 있다. 하지만 “변신을 위한 장치”(최진실)라는 말처럼 선희의 달라지는 외모는 재빈과의 사랑이 무르익어감을 보여줄 재미요소다. 중년여성들에게 당신에겐 젊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관심과 배려를 갈망하는 주부들이 드라마를 볼 때만이라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면 시청률을 떠나서도 행복하지 않을까. 김미영·남지은 기자 instyle@hani.co. 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문화방송 제공
중년층 위한 ‘할리퀸 로맨스’…위로와 공감도 ■ 청춘, 첫사랑에 대한 로망=지난 1일 경기도 평택의 한 세트장에서 진행된 촬영 분위기도 로맨틱 코믹극답게 시종일관 밝았다. 이 날은 인기 배우인 재빈(정준호)의 집에 선희(최진실)가 입주 가정부로 들어오는 문제를 두고 재빈의 가족과 소속사 식구들이 찬반 투표를 하는 3회 장면이 촬영 중이었다. 입주를 반대하는 재빈의 뜻과는 반대로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자 재빈은 배신자들을 축출해 응징에 나선다. 실제 고등학교 때 배구 선수였던 정준호의 매운 손맛을 본 조연들의 실감나는 표정 연기에 스태프들의 웃음소리가 껄껄 이어지고, 이태곤 피디도 웃음을 못 참겠다는 듯 “컷” 소리를 외친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지난한 삶만 남았을 뿐 청춘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40대 여성들을 위한 ‘하이틴 로맨스’다. 영화 <은밀한 유혹>처럼 가정을 지키고 싶은 유부녀가 일탈에서 맛보는 설레임이 묻어있다. 선희는 경제사범으로 구치소에 들어간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다 우연히 인기 배우 재빈이 나이를 속인 첫사랑 동철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일자리를 구하게 된다. 나이를 속이고 철저하게 상품화된 직업을 가진 남자와 빚 청산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여자는 서로의 약점을 갖고 으르렁거리다 사랑에 빠진다. 가슴 설레던 첫사랑과의 재회로 삶에 찌든 입주 가정부가 인기 스타와의 사랑을 이루는 ‘아줌마 버전 신데렐라 이야기’다. <천하일색 박정금>(문화방송)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나오는 정금(배종옥)-용준(손창민)이나 <미우나 고우나>(한국방송)에서 첫사랑이었던 동지(김혜숙)-만수(이정길) 이야기처럼 중년 로맨스를 그린 또 하나의 드라마다. 이태곤 피디는 “여자의 꿈은 잊혀지는 게 아니라 감춰지는 것 같다. 현실에서 못 이룬 사랑을 티브이를 보며 이뤄보자는 것 아니겠냐”며 중년들의 사랑에 대한 로망을 설명했다.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촬영현장
■ 외로움, 관심에 대한 이야기=서른 아홉에 조기 폐경을 맞은 선희. 폐경은 주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지만 선희는 우울함에 빠질 새도 없이 돈 벌기에 바쁘다. 나중에 남편의 배신으로 이혼까지 하게 되는 선희에게 필요한 치료약은 오로지 관심뿐. 재빈과의 티격태격 싸움은 상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기에 점차 사랑으로 번져간다. 남편의 무관심, 품을 떠난 아이들의 빈자리로 자신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되는 빈둥지증후군을 겪는 주부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할 대목이다. 최진실은 “여자들은 언제나 로맨스를 꿈꾸지 않나. 말도 안 되는 사랑이 아닌 첫사랑과의 공감가는 사랑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이 필요한 건 재빈도 마찬가지다. 만인의 연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그는 늘 외롭다. 정준호는 “재빈의 모습엔 다이어트 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이성과 영화도 자유롭게 보러다니지 못하는 실제 배우들의 삶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주부들의 공허한 마음을 파고들면서 극중 대사처럼 “한 가지 얼굴로 만 가지 인생을 사는 직업”을 가진 배우들의 삶을 밀착해서 보여준다. 평범한 여성과 스타의 사랑을 그린 <별은 내 가슴에> <풀 하우스>의 ‘주부판 트렌디 드라마’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중년의 첫사랑에 대한 로망은 서로가 기억하는 젊음부터 깨버린다. 뽀글머리에 검정 뿔테를 낀 촌스러운 아줌마와 나이를 속인 채 가식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배우가 된 선희와 재빈은 서로가 기억하던 모습에서 너무 멀어져 있다. 하지만 “변신을 위한 장치”(최진실)라는 말처럼 선희의 달라지는 외모는 재빈과의 사랑이 무르익어감을 보여줄 재미요소다. 중년여성들에게 당신에겐 젊음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위로와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관심과 배려를 갈망하는 주부들이 드라마를 볼 때만이라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면 시청률을 떠나서도 행복하지 않을까. 김미영·남지은 기자 instyle@hani.co. 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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