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 작가 김은숙
‘온에어’ 작가 김은숙 “어느 작품보다 구성에 치중”
에스비에스 드라마 <온에어>에서 <필리핀의 연인> 작가인 서영은에게 배우 오승아는 “작가님은 재벌·신데렐라 뭐 그런 거 좋아하신가 봐요”라며 비아냥거린다. 그런데 서영은은 <온에어>를 쓰고 있는 김은숙 작가 자신과 묘하게 겹친다. 그는 시청률이 57.3%까지 올랐던 <파리의 연인> 등 연인 3부작을 써 흥행 불패 능력을 보여줬고 “이 안에 너 있다” 등 유행어가 된 대사도 내놓았다. 지난 26일 그의 작업실에서 흥행 작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며 드라마 제작 과정의 구린 구석까지 드러내는 속내를 들어봤다.
-도전해 오는 상대는 묵사발 만드는 도도한 오승아나 서영은의 실제 모델이 있나?
=내 안에 서영은과 오승아 다 있다. 보통 작가라면 골방에서 글만 쓰는 먹물(많이 배운 사람)을 생각하는데 나는 지적이지도 않고 속물이다.(웃음) 기존 작가의 이미지를 깨보려고 서영은은 좀 더 세게 나간 것이다.
-극중 서영은이 쓰는 대사에 대해 이경민 피디(박용하)는 대놓고 “느끼하다”고 말한다. 거의 자아비판 아닌가?
=(전작에서) 내가 그렇게 썼다는 말인가?(약간 정색하며) 그런 대사와 상황에 시청자가 몰입했고 그래서 입말에 오른 거다. 물론 반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는 남는다. 그래도 ‘트렌디 드라마’의 정점이 <파리의 연인>이었고 당시에는 새로웠다.
-방금 되물을 때 오승아 같았다.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이 좋다. 자기를 낮추는 사람 별로다. 내 모토가 ‘질투는 나의 힘’이고 ‘사랑밖에 난 몰라’다.
-<온에어>, 어디까지 사실인가?
=초고 때 정말 사실 같았는데 다들 다큐멘터리 쓰냐고 하더라. 그래서 극적으로 바꿨다. 배우, 작가는 그렇게 말싸움 못한다. 조심스럽게 호감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 동네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그런데 내가 싸가지가 없다는 말도 있다. 나는 어느 자리를 가건 가식과 내숭을 떠는 데도 그런 말이 나오니 의외다. 대사 한 마디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까 왜곡하느냐 사실을 전달하느냐 뭉뚱그려 가느냐 결정하는 게 힘들다. 다 드러내진 못하지만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루려 한다. 오승아의 매니저인 장기준은 실제로 나랑 친한 매니저를 모델로 삼았다. (극중 오승아의 전 소속사 사장으로 오승아를 악랄하게 괴롭히는) 진상우는 모델이 없고 연예 기사들을 참고해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로 넣었다. -왜 드라마 제작과정을 드라마로 만들려 했나? =잘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재미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발목이 잡히는 것도 있다. 나한테는 당연한 건데 시청자들한테는 새로운 것일 수도 있고, 체감이 다른 거다. 친구들이 “너 이렇게 써도 괜찮아?”라고 전화한다. -대사가 착착 감긴다. =내가 말싸움 잘한다. 은, 는, 이, 가 같은 조사를 안 써 빠른 대사를 만든다. 한 장면 안에서도 반전이 있어야 한다. “너답지 않아”라는 대사에 (예상이 가능한) “나다운 게 뭔데”가 나오면 작가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보통 나오는 말을 뒤집어 봐야 한다. -좋은 드라마란? =음, 모르겠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작 <연인>이 (연인 시리즈 중엔 가장 낮은) 시청률 25% 나온 게 나한테는 실패의 기억이다. 그래서 <온에어>를 준비하면서 ‘더 이상 우리(신우철 감독, 김은숙 작가 콤비) 색깔을 내서는 안 되겠다. 가능하면 멜로를 (도드라지지 않게) 밑으로 깔아보자’고 했다. 내가 주로 받아온 비판은 “명대사는 많은데 깊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성을 치밀하게 했다. 하지만 <온에어>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나는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로 보여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실릴 자기 사진을 확인하겠다는 그에게) 신경 많이 쓴다. =남편의 옛 연인들이 신문 볼지도 모르니까(웃음). 내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여자 심리를 여주인공에 대입해보니까 내가 멜로를 잘 쓰는 것 같다. 김소민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초고 때 정말 사실 같았는데 다들 다큐멘터리 쓰냐고 하더라. 그래서 극적으로 바꿨다. 배우, 작가는 그렇게 말싸움 못한다. 조심스럽게 호감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이 동네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 그런데 내가 싸가지가 없다는 말도 있다. 나는 어느 자리를 가건 가식과 내숭을 떠는 데도 그런 말이 나오니 의외다. 대사 한 마디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니까 왜곡하느냐 사실을 전달하느냐 뭉뚱그려 가느냐 결정하는 게 힘들다. 다 드러내진 못하지만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다루려 한다. 오승아의 매니저인 장기준은 실제로 나랑 친한 매니저를 모델로 삼았다. (극중 오승아의 전 소속사 사장으로 오승아를 악랄하게 괴롭히는) 진상우는 모델이 없고 연예 기사들을 참고해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로 넣었다. -왜 드라마 제작과정을 드라마로 만들려 했나? =잘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재미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발목이 잡히는 것도 있다. 나한테는 당연한 건데 시청자들한테는 새로운 것일 수도 있고, 체감이 다른 거다. 친구들이 “너 이렇게 써도 괜찮아?”라고 전화한다. -대사가 착착 감긴다. =내가 말싸움 잘한다. 은, 는, 이, 가 같은 조사를 안 써 빠른 대사를 만든다. 한 장면 안에서도 반전이 있어야 한다. “너답지 않아”라는 대사에 (예상이 가능한) “나다운 게 뭔데”가 나오면 작가가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보통 나오는 말을 뒤집어 봐야 한다. -좋은 드라마란? =음, 모르겠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전작 <연인>이 (연인 시리즈 중엔 가장 낮은) 시청률 25% 나온 게 나한테는 실패의 기억이다. 그래서 <온에어>를 준비하면서 ‘더 이상 우리(신우철 감독, 김은숙 작가 콤비) 색깔을 내서는 안 되겠다. 가능하면 멜로를 (도드라지지 않게) 밑으로 깔아보자’고 했다. 내가 주로 받아온 비판은 “명대사는 많은데 깊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성을 치밀하게 했다. 하지만 <온에어>가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나는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로 보여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실릴 자기 사진을 확인하겠다는 그에게) 신경 많이 쓴다. =남편의 옛 연인들이 신문 볼지도 모르니까(웃음). 내가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 이런 여자 심리를 여주인공에 대입해보니까 내가 멜로를 잘 쓰는 것 같다. 김소민 기자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