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 잦아드는 블루∼스 “견딜수만 있다면 외로움도 에너지가 돼요. 저는 외롭고 그럴 때면 ‘그래 블루스를 부르는 거야. 나는 조금 더 잘 부를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 1세대 재즈보컬 박성연의 말을 인용한 ‘재즈 잇 업’ 콘서트 두 번째 무대의 포스터 문구다. 오는 22일 서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에메럴드 홀에서 그의 세월이 스민 깊은 목소리에 취해볼 수 있다. 이번엔 건반을 강하게 치는 해머타건에서 화려한 장식음까지 마음껏 오고가는 신관웅이 피아노를 맡았다. 지난 15일 밤 9시께 그가 운영하는 재즈카페 야누스로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때쯤이면 중후하게 뻗어 나오다 흐느낌처럼 잦아드는 노래를 들려주는데 말이다. 16일에 만난 그는 “그날 신관웅과 3~4시간 연습하다 일찍 집에 돌아갔다”고 했다. 미8군 무대에 섰다 재즈에 빠진 그가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렵사리 야누스를 세운 지도 27년이 지났다. 하지만 노래하고 연습하는 그는 여전히 젊다. “옛날엔 관객보다 연주인이 더 많을 때가 잦았어요. 맥주 집에서 무료로 연주해주겠다고 해도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주인이 거절하기도 했죠.” 그래서 그뿐 아니라 다른 재즈 음악가들에게 야누스는 서울 신촌에서 대학로로, 이화여대 후문 쪽에서 다시 청담동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닐지라도 없어져선 안 될 공간이었다. “처음엔 재즈가 뭔지도 모르고 호기심에 달려들었죠. 미군에서 흘러나오는 음반이나 책을 찾아서 레퍼토리를 익혔어요. 그러다 제 모든 게 돼버렸죠.” 그는 특히 빌리 할리데이처럼 블루스의 느낌을 잘 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가 산 시대가 그랬어요. 가난했고 슬픈 일도 많았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섬머 타임’, ‘플라이 투 더 문’ 등 많이 알려진 곡들을 부를 생각이다. “재즈가 사랑 받는 게 항상 제 바람이니까요.” 올해 매달 넷째주 금요일마다 이어가는 ‘재즈 잇 업’ 무대에 그와 신관웅에 이어 다음달엔 색소폰 연주자들이 선다. 이 콘서트를 기획한 남무성은 “앞으로 퓨전재즈, 오케스트라 형태의 빅밴드 등 다양한 색깔의 공연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연주자들로만 꾸며지는 이 콘서트는 남무성이 해설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02)6207-0255. 글 김소민 기자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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