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줄리아 하트’ 2집 ‘영원의 단면’

등록 2005-04-21 17:57수정 2005-04-21 17:57

인디밴드 ‘줄리아 하트’의 맴버들. 리드보컬 정바비, 드럼 안태준, 리드기타 김경탁(왼쪽부터). 이날 베이스 이원열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  
\\
인디밴드 ‘줄리아 하트’의 맴버들. 리드보컬 정바비, 드럼 안태준, 리드기타 김경탁(왼쪽부터). 이날 베이스 이원열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터뷰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 \\
말랑한 기타리프 사이 ‘번쩍’ 하고 교감의 순간

소통은 뒤틀리기 일쑤다. 일상은 수시로 텅 비어 덜컹거린다. 그러나 비록 섬광 같은 찰나 일지라도 체온은 통하고 삶은 고동친다. 인디밴드 줄리아하트의 두번째 앨범 <영원의 단면>은 그 순간을 거창하지 않은 소리로 건져 올린다. 리드보컬 정바비, 베이스 이원열, 드럼 안태준, 리드기타 김경탁이 만들어내는 말랑말랑한 ‘기타팝’엔 심드렁함이 묻어 있어 ‘영원의 짧은 단면’들이 오히려 더욱 반짝인다.

“난 생각이 너무 많아. 하지만 가슴 속은 텅 비어 있는 걸. 어쩌면 영원히. 네 손을 잡는 것, 너를 안는 것만으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우리 말투나 표정은 속임에 익숙해. 하지만 이 순간 뭔가 전해지고 있어. 너의 손 글씨로.” (너의 손 글씨) 정바비(26)는 “이 곡이 앨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교감을 믿는 건 환상이지만 그래도 특별한 순간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게 중요하죠.”

이들의 곡은 편안하고 담백하다. ‘안아줘’에는 “울랄라라” 같은 옛 노래의 정겨운 코러스도 담았다. 보컬도 억지스럽지 않게 힘을 뺐다. 몰아치는 비트도 없다. 듣다보면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몰아치는 비트 없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보컬
묵직한 가사의 기타팝

그런데 노랫말은 묵직하고 비범하다. ‘회전목마의 밤’은 영화 <니노치카>의 대사로 시작한다. “누구도 벌 받지 않고 행복할 순 없다. 나는 벌 받아야 하고 벌 받을 것이다.” 정바비는 “사는 것 자체가 건강에 안 좋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어쨌든 살아있는 건 확실하고 살기 싫다고 말하는 건 ‘구리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김경탁(27)은 “저는 달라요, 여러분의 성원으로 살고 있습니다”라며 경쾌하게 웃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그룹은 비치보이스다. 종소리까지 싱그럽게 어우러진 타이틀곡 ‘영원의 단면’은 그 그룹을 향한 ‘신앙 간증’이란다. “하모니를 쌓으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해요. 그런데 비치보이스는 주요 멜로디 위로 4겹 아래로 5겹 이렇게 쌓아요. 코드 몇 개 띵가띵가 해도 잘 팔리는 노래를 만들 수 있는데 그만큼 열심인 건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음악을 향한 고집은 이들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이번 앨범은 그들이 “1집 <가벼운 숨결>과 싱글 <미스초콜렛> 판 돈, 2집 팔아 벌 돈, 그리고 쌈짓돈”을 털어 스스로 만든 것이다. “기획부터 마스터링까지 직접 한 진짜 인디죠.” 그래야 다른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진짜 좋은 음악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친해지면 일대일이 되는 거예요.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첫번째 앨범 때보다는 ‘타협’한 편이다. 그땐 서울 신촌에 있는 향음악사에서만 음반을 팔았는데 입소문을 타더니 팬들한테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볼맨소리까지 듣게 됐다. ‘오르골’, ‘유성우’는 영화 <후아유>에 쓰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도 우리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이번엔 배급만 기획사에 맞겼어요.”

12곡이 다 돌아갔더라도 잠시 기다리면 “우리는 젊고 멍청하다”는 그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다. 27번째 트랙에 숨은 ‘영 앤 스투피드’다. “우리는 철없는 X삐리들이에요. 성장하고 싶지 않아요. 또 세상에 맞게 바뀌는 게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