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베트남 다큐에 비친 한반도

등록 2005-05-02 16:58

1950년에 6월25일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남북이 통일됐다면?

지난 4월30일과 5월1일 한국방송 <케이비에스 스페셜>에서 방송된 ‘호치민 루트’를 보고 드는 생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베트남 해방 30주년을 기념해 케이비에스와 베트남 국영방송 브이티브이가 공동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였다. 역사를 다룬 1편은 ‘대지의 꽃’, 도이머이(개혁·개방) 이후 경제 개발을 다룬 2편은 ‘풍요를 향한 도전’이었다.

‘호치민 루트’는 베트남 북쪽의 쯔엉선 산맥으로부터 남쪽의 메콩 델타까지 베트남과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을 따라 이어진 20개 루트를 말하며, 전체 2만㎞의 길고 긴 길이다. 1960년 베트남 남쪽에서 베트콩(남베트남해방민족전선)이 결성돼 대 정부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이 길은 남쪽의 베트콩들을 지원하는 북쪽 베트민군의 이동로이자 보급로가 됐다. 또 10여년의 기나긴 전쟁에서 베트남인들이 세계 최강국 미국의 가공할 화력을 이겨내고 승리를 쟁취하자 이 길은 제3세계 식민지해방 투쟁역사에 ‘전설’이 됐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알 수 있듯 베트남은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살아왔다. 근대 이전엔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었고, 근대 들어 제국주의 국가인 프랑스·일본의 지배를 받았으며, 2차 대전 뒤에는 1954년 미국의 힘의 의해 북위 17도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분단됐다. 그리고 나선 통일전쟁이 벌어져 군인·민간인 120만명이 죽고 300~400만명이 다쳤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두 나라의 길이 갈렸다. 한국 역시 3년의 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 등 2백만명 이상이 숨졌으나, 결국 통일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후 한반도 남북의 두 나라는 50년이 넘는 세월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남쪽은 미국의 군사적 우산 속에서 독재 정권의 주도 아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됐다. 북쪽도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가며 남쪽과의 체제·군비 경쟁과 재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북쪽은 1990년대 들어 공산권이 무너지고 가뭄·홍수로 인한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만약 1950년 6월25일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이 재분단이 아니라, 베트남처럼 어느 한쪽의 통일로 끝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소련이나 미국이라는 양대 맹주의 비호 아래 김일성이나 이승만, 박정희는 각각 46년, 12년, 18년 동안 민중들의 인권을 짓밟으며 철권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혹시 민중들의 봉기가 일어나 이들의 무너뜨리고 좀더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국가를 건설하지는 않았을까?

베트남은 1975년 통일 뒤 동남아시아의 사회주의 맹주로서 세력을 떨쳤으나,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채택하면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경제 도약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이 경제 개발의 모델로 삼는 대표적 나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통일 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했던 한국이라고 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가?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