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사진)
MBC스페셜 ‘잃어버린 아이’
지난여름을 달궜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의 불씨는 4월29일 방영된 문화방송 <피디수첩>이었다.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란 제목의 당시 방송분을 만든 제작진은 검찰 소환에 맞서 지금도 회사 사옥에서 농성 중이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문화방송의 또다른 광우병 다큐멘터리가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7일 밤 9시55분 방송될 <엠비시 스페셜> ‘잃어버린 아이’(사진) 편이다. 방송은 광우병의 진원지인 영국의 광우병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잃어버린 아이’는 영국의 163번째 인간광우병 사망자인 앤드루 블랙(24)과, 그 죽음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나선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의 이야기다. 2007년 12월16일 숨진 블랙은 발병 이전에 영국 비비시 등에서 일한 라디오 방송 프로듀서였다. 그가 체중 감소와 균형 감각 상실 등의 이상을 느낀 것은 지난해 3월. 그는 같은 해 6월 인간광우병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동안 아들의 투병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기록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뒤 광우병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서게 된다. 이 이야기는 지난 5월 비비시 <인사이드/아웃-사우스>를 통해 방송됐다.
제작을 담당한 장형원 피디는 “<피디수첩>이 방영되던 즈음인 지난 4월에 기획된 것으로, 원래는 7월25일 방송될 예정이었다”며 “취재를 마치고 귀국해 보니 <피디수첩> 취재진에 대한 검찰 소환 등이 진행되고 있어서 수사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고 판단해 방송을 늦췄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영국 정부가 20년간 광우병에 어떻게 처신해 왔는지를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1980년대 중반 광우병이 발생한 뒤 90년대 중반까지 인간 전염 가능성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다가 10여명의 젊은이가 감염되자 1996년 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 뒤 영국 정부는 800여만 마리의 소를 도살하고 30개월 이상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와 모든 가축에 대한 동물성 사료 금지 등의 통제조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영국에선 한해 3만8천여 마리까지 창궐했던 광우병 발병 소가 지난해에는 100마리 이하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00년까지 그 대가로 약 25조원(최대 41조원 추정)의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