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사는 세상’ 현장 안의 현장
지난 6일 서울 KBS미디어센터 5층 촬영장엔 연극 무대가 설치됐다. 스태프 50여명이 분주히 움직인다.
“라이트 리허설 한번 가볼까요?”
무대 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치는 이는 표민수 피디다. 노란 슬리퍼를 끌고 왼손에 닳아진 5회 대본을 들었다. 그가 걸어가면서 큰 소리로 읽는다.
“지오가 준영이 잠든 침대 곁에서 무릎 꿇고 바라본다. 일어서서 돌아선다. 가방을 집는다. 걷는다. 다시 멈춰 선다. 돌아본다…. 조명이 한 톤 정도 낮아야 되지 않을까요?”
직접 배우 동선을 따라가며 조명을 챙기는 표 피디를 현장에서는 ‘표테일’이라고 부른다. 봉준호 영화감독의 별명 ‘봉테일’을 빗댄 것으로, 디테일을 꼼꼼히 챙긴다는 의미다. 표 피디는 “2분 정도 들어갈 분량인데…. 벌써 8시간째 찍고 있다. 배우,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한다”면서도 “(조명 리허설은) 재밌어서 직접 한다”고 했다.
촬영, 조명 등의 스태프들은 2004년 <풀하우스> 제작 때부터 그와 함께해왔다. 이날도 새벽 5시 경기 이천시에서 세트 촬영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이동해 곧장 촬영에 들어갔다. 잠을 거의 못잤지만 얼굴들은 밝다. 표 피디는 리허설 틈틈이 코골며 조는 조명 스태프의 등을 두드려준다.
여섯 차례의 조명 리허설이 끝나고 송혜교와 현빈이 무대에 오른다. 극 중 드라마국 국장(김갑수 분)과 배우 윤영(배종옥 분)의 과거 러브 스토리를 회상하는 장면.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던 표 피디는 여기서 극 중 연극을 선보이는 셈이다.
4회까지가 드라마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주요 인물들의 배경 설명이 중심이었다면, 10일 방영되는 5회부터는 그 안에서의 사랑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5회부터 극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드라마적 요소가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표 피디는 “3라운드(8회)에서 직장을 배경으로 한 갈등이 증폭되고, 4라운드(13회)에서 광시곡처럼 몰아쳐 갈 것”이라며 “노희경 작가의 필력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하어영 기자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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