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방향으로 〈올드 보이〉, 〈굿 나잇 앤 굿 럭〉, 〈네트워크〉
EBS ‘시네마 천국’서 살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세밑과 새해 벽두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다. 기자와 피디 등 언론인들이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고 거리로 뛰쳐나온 건 한나라당이 ‘경제 살리기 법’이라며 강행 처리하려던 언론 관계법을 막아내기 위해서였다. 한나라당은 언론의 산업적 측면을 내세우며 법안 처리를 주장하지만, 언론노조는 공공성을 강조하며 “거대 신문, 재벌에 방송 뉴스를 내주면 여론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쪽의 시각차는 크다. 언론을 성장지향형 산업으로 볼 것인지, 공적인 여론의 장으로 볼 것인지는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육방송이 6일 방송하는 <시네마 천국>(밤 11시10분)은 이런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하다. ‘영화 속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코너에 ‘언론, 세상을 향한 진실게임’이란 주제로 10여 편의 영화 속에 비친 언론의 다양한 모습을 모았기 때문이다.
언론은 늘 시대를 대변한다. 영화 <올드 보이>(위)에서 주인공이 갇힌 방의 텔레비전 뉴스 화면이 14년이란 세월의 흐름을 상징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언론이 항상 세상을 그대로 대변하는 건 아니다. 영화 <네트워크>(아래 왼쪽)는 시청률과 자본의 노예로 전락한 언론의 속성을 해부하고, <왝 더 독>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언론을 조작하는 세태를 풍자한다. 그렇다고 모든 언론을 불신할 필요는 없다. 진실을 향해 싸우는 언론인들이 있어 세상은 진보한다.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에 맞선 방송국 사람들을 다룬 <굿 나잇 앤 굿 럭>(오른쪽),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기자들을 담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기업의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추적보도물 제작 피디가 담배회사와 벌이는 싸움을 그린 <인사이더>를 보면, 언론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한국 영화에 비친 언론의 모습은 어떨까? 극중 사건을 알리는 소품이거나 현장에 떼로 몰려드는 기자들 같은 단역 수준의 이미지로 그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가 현실의 거울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국내 언론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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