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살아 숨쉬는 헵번을 만나다
스토리온 ‘파계’ ‘티파니에서…’ 등 방영
로마의 옛 계단에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먹는 여인. 맹수 얼굴을 한 석상의 ‘진실의 입’ 안에 손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는 여인. 배우 오드리 헵번은 데뷔작 <로마의 휴일> 단 한 편으로 전세계를 사로잡아 버렸다. 이제 오드리 헵번이란 이름은 ‘청초함’과 이음동의어처럼 느껴진다.
케이블·위성채널 스토리온이 ‘오드리 헵번 영화 특집’을 마련한다. 그의 출연작 네 편을 16일부터 2주 동안 월·화 오후 4시에 방송한다.
16일 가장 먼저 시청자들을 찾는 영화는 <파계>(1959). 벨기에 유명 의사의 딸인 가브리엘(오드리 헵번)이 수녀가 되어 겪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오드리 헵번은 이 작품으로 1959년 뉴욕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과 1960년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7일에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이 방송된다. 뉴욕의 상류층을 꿈꾸는 홀리(오드리 헵번)와 가난한 소설가 폴(조지 퍼파드)의 사랑을 담았다.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보석상 진열대를 들여다보며 아침을 먹는 장면은 국내 휴대전화 광고에 활용되기도 했다.
23일에는 <로마의 휴일>의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연출한 <백만달러의 사랑>(1966)이 안방을 찾는다. 솜씨 좋은 예술품 위조범의 딸 니콜(오드리 헵번)과 예술품 전문가 더모트(피터 오툴)의 좌충우돌 로맨스가 웃음을 자아낸다. 오드리 헵번의 얼굴 절반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버블 선글라스’ 유행을 이끌기도 했던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24일에는 권태기에 빠진 결혼 12년차 부부 조안나(오드리 헵번)와 마크 월리스(앨버트 피니)의 여행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언제나 둘이서>(1967)가 방송된다. 영화 촬영 도중 실제로 이혼한 오드리 헵번은 순탄치 못한 결혼 생활로 힘들어하는 30대 여성 역을 연기해 이전과는 다른 성숙하고 깊이 있는 매력을 보여줬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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