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횡보 ⓒ2004 고우영
정지화면 삽화는 아들 성언씨 작품
<돌아온 일지매>에 대한 평가가 후하든 박하든, 만화가 고우영(1938~2005)의 원작을 충실히 재현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황인뢰 피디는 “고우영 화백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원작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말했다.
고우영은 국내 최초로 일간지에 만화를 연재한 작가다. 1972년 <일간스포츠>에 <임꺽정> 연재를 시작한 이래 <수호지>(1973) <일지매>(1975) <삼국지>(1978) <십팔사략>(1993) 등의 대하사극에 천착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시의성 민감한 일간지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사회적 이슈와 풍자를 옛이야기에 적절하게 녹여낸 것이 적중했다. 이들 가운데 <일지매>는 생전 고우영이 스스로 꼽았던 대표작. 그가 작고한 2005년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인의 작품 복원에 전념하고 있는 그의 둘째아들 성언(고우영 화실 실장)씨는 “드라마를 보니 극 흐름,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 대사 등 상당 요소가 원작과 거의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연출자의 존경심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언씨는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면, 정지 화면이 고 화백 풍의 삽화로 바뀌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이 그림이 바로 성언씨 작품이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만화가는 아니었던 그는 아버지 작품을 보며 그림체를 연구했다고 한다.
복간된 고우영의 만화들은 지금도 꾸준히 팔린다. 2004년 전집이 복간된 <일지매>는 1만5천세트(12만부) 이상 팔렸고, <삼국지>는 5만세트(50만부) 이상 팔렸다. 최근 드라마 <…일지매>가 방송되면서 원작 <일지매>의 판매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일지매>를 복간한 출판사 애니북스의 천강원 편집장은 “고 화백의 패러디 감각은 시대를 앞서 간 것이어서 요즘 봐도 무릎을 치게 된다”며 “‘놀부전’처럼 고전을 현대적이고 해학적으로 비튼 다른 작품들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기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그림 애니북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