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티브이, 축복인가 혼란인가?>
SBS 보도특집 준비 상황·문제점 짚어
2013년 이후 안방에서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을까? 정부 계획대로라면, 지금 보는 아날로그 방송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다. 컬러 텔레비전 도입 당시보다 더욱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혁명’으로까지 불리고 있는 디지털 방송 전환. 과연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에스비에스가 18일 방송하는 보도특집 <디지털 티브이, 축복인가 혼란인가?>(밤 11시5분)는 국내 준비 상황과 문제점을 외국 사례와 견주어 보며 디지털 방송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다.
미국은 애초 2월17일(현지시각) 디지털 방송 전환을 마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 하원은 지난 4일 그 시점을 넉 달 뒤로 미루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장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면, 저소득층 650만 가구 이상이 방송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디지털 텔레비전 셋톱박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에게 보급해 온 40달러짜리 쿠폰은 재원 고갈로 바닥났다. 무려 12년 동안 준비해 왔고, 이전에도 한 차례 전환 시점을 연기했음에도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영국에선 디지털 방송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 단위로 전환을 시작해, 벌써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률이 87%나 된다.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디지털 전환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홍보도 잘 돼 있다. 취재진이 만난 영국인들은 “공짜로 더 많은 채널을 더 선명한 화면으로 즐길 수 있어 좋다”며 디지털 방송을 축복으로 여겼다.
한국의 디지털 방송 전면 전환 시점은 영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 70%는 그 의미를 잘 모른다. 홍보가 부족했던 탓이다. 당연히 디지털 텔레비전 보급률도 낮다. 정부가 전환 비용을 방송사에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1997년부터 10년 넘게 준비를 해 왔지만, 이대로라면 2012년까지 순조롭게 마무리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정보 습득과 여가 활용의 텔레비전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방송 전환이 축복으로 다가올지, 혼란으로 다가올지는 남은 4년에 달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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