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 출연
"연기를 잘하고 주인공으로 나와도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면 슬프잖아요. 반대로 연기를 못 하는듯해도 보고 싶은 경우도 있고요. 항상 궁금하고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귀엽고 앳된 얼굴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영원히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을 것 같던 조여정이 어느덧 서른을 눈앞에 둔 여인이 됐다.
KBS 1TV 일일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벌써 두 아이를 둔 엄마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대의 마지막 생일을 맞은 그는 꽃다운 20대를 떠나보내는 것이 섭섭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대된다고 말한다.
"20대가 지나가는 것은 하나도 안 슬퍼요. 일을 많이 못 한 것 빼고는 아쉬움이 없어요. 일 대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원 없이 했거든요.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연애도 열심히 했죠. 그렇게 보낸 20대의 경험을 이제 일로 풀어낼 생각에 기대가 커요."
그의 말처럼 단 한 가지 아쉬움은 연기 활동을 욕심만큼 많이 하지 못한 것. MBC '얼마나 좋길래', SBS '흥부네 박터졌네', KBS '애정의 조건' 등의 드라마와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등에 출연했으나 연기자로서 만족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소속사 문제 등으로 본의 아니게 연기에 매진하지 못한 탓에 아쉬움은 더 컸다.
그는 "그동안 출연한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그래서 성에 차지 않고 연기 한 기간으로 경력을 따지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연기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욕심대로 하자면 끝이 없겠죠. '집으로 가는 길'을 시작으로 지금부터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저를 밝게 봐주시는데 '저런 찐득찐득한 모습도 있구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색다른 모습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집으로 가는 길'은 그런 변화의 시발점이다. 극중 그가 맡은 장미령은 대학교 1학년 때 덜컥 임신을 해 아이를 둘이나 키우고 있지만 아직 마음은 소녀인 철부지 엄마. 드라마 초반에는 철없는 부부의 이야기가 밝게 그려지지만 점차 부부간의 갈등이 드러난다.
"마냥 밝고 통통 튀기보다는 제 나이에 가진 느낌을 연기해야 하는 게 숙제 같아요. 밝아도 그 이유가 있고 밝은 만큼 힘든 면도 있는 모습이요. 사람들이 제게 원하는 밝은 모습을 억지로 거스를 생각은 없지만 '서른이 되니 다른 느낌도 있네'라는 말을 들어야죠."
조여정이 심형탁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는 '집으로 가는 길'은 가족 간의 사랑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극적인 드라마가 있다면 '집으로 가는 길'은 따뜻하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며 "미령 역할을 통해서는 자기 꿈을 펼치지 못한 주부들, 아이를 기르지만 마음은 소녀인 주부들이 같이 웃고 같이 속상해하며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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