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 동물농장>
SBS ‘동물농장-하이디의 위대한 교감’
검은 고양이 미오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앞발을 휘두르며 카메라를 위협한다. 놀란 제작진이 성큼 물러선다. 미오는 이제 귀여운 애완동물이 아니다. 맹수나 다름없다. 미오는 집안의 어머니에게 특히 사납다. 어머니의 손등에는 미오가 할퀸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얌전하고 똑똑하고 애교 넘치던 미오가 왜 이렇게 된 걸까?
동물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가 방송된다. 에스비에스의 <티브이 동물농장>(일 오전 9시30분)이 오는 8일부터 새로 내보내는 기획 시리즈 ‘하이디의 위대한 교감’이다. 하이디(사진)는 미국에서 13년 동안 경찰로 근무하다 다쳐서 은퇴한 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과정을 밟은 동물심리 분석가.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세계 20여 나라에 고객을 두고 있다.
하이디가 커튼 뒤에 숨은 미오 앞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는다. 미오는 극도의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미오에게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 화가 느껴지네요.”
하이디는 고양이 울음처럼 조용하면서도 높은 톤으로 “미~오, 미~오” 하고 부른다. 미오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하이디가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고양이식 첫인사란다. 그러자 미오도 눈을 천천히 깜빡인다. 잠시 뒤 미오는 아예 하이디에게 다가가 코를 비벼댄다. 가족들은 “낯선 이에게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놀란다.
동물에게도 분명 감정이 있다. 기억과 상처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 인간의 기준으로 마음대로 재단하고 단정 짓는다. 그래서는 동물들이 지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동물과의 진실한 교감을 통해서만 그들의 상처를 보듬고 행복한 동행을 해나갈 수 있다. 하이디는 동물의 깊은 아픔을 공유하며 눈물을 흘린다. 동물과 늘 함께였으면서도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은 그제야 가슴을 열고 함께 눈물을 펑펑 쏟는다.
하이디는 옥상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는 개 하늘이,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유령처럼 지내는 강아지 꽃님이, 조산으로 새끼를 잃은 뒤 사람을 거부하는 말 마미, 서울대공원의 우리 안에서 가족에게 왕따를 당한 원숭이 호야 등을 만나 교감을 나눈다. 단지 아픔과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진리는, 동물들에게만 해당되지는 않을 듯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