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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청력 상실 36년…새 희망을 듣다

등록 2009-03-22 17:49수정 2009-03-22 19:14

<닥터스>
<닥터스>
국내 최초 뇌간이식술 시도
문화방송 ‘닥터스’ 치료 도와
마지막으로 소리란 걸 들어본 지 36년이 지났다. 이정근(위 사진)씨는 14살 때 중이염을 앓은 뒤 청력을 잃었다. 어느덧 쉰에 다다른 나이. 그래도 그는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문화방송이 23일 방송하는 <닥터스>(월 저녁 6시50분)는 듣지 못하는 장애를 딛고 꿋꿋하게 살아온 이씨의 사연을 풀어낸다.

이씨는 요즘 새벽같이 일어나 인력사무소로 향한다. 대학 공부까지 마쳤건만,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공장에서 15년, 건설 현장에서 10년을 일했지만, 2년 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요즘 이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 하지만 귀가 안 들리다 보니 아무래도 어려운 일에서 제외되고 잔심부름만 하는 처지다. 그나마 근래엔 그런 일거리조차 구하기 힘들다.

그에게 바깥세상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차가 경적을 울리며 바로 옆을 지나도 알아듣지 못해 치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러 지역의 공사 현장을 다니다 보니 낯설고 먼 길을 오갈 때가 많은데, 버스라도 탈라치면 끊임없이 주변 승객 눈치를 살펴야 한다.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번번이 잘못 내려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이씨는 팔순의 어머니와 필리핀 출신 아내, 어린 두 딸과 함께 산다. 아내는 한국어를 잘 모르고, 곧 초등학교에 입학할 큰딸은 한글을 아직 깨치지 못했다. 사정이 이러니 가족 간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틈날 때마다 아내와 딸에게 한글 공부를 시키지만, 이씨는 행여 큰딸이 오랫동안 소리를 듣지 못해 어색해진 자신의 말투를 배울까 싶어 조바심이 앞선다.

그런 이씨가 36년 만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염증으로 인해 소리를 담당하는 달팽이관이 모두 뼈로 바뀌어버려 ‘인공 와우’는 시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표정이 어두워진 이씨에게 의료진이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새로운 치료법인 ‘뇌간이식술’로 청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것. 뇌를 열어 전기자극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보니 아무래도 위험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설명에 어머니는 수술을 반대한다. 하지만 소리를 다시 듣길 갈망하는 이씨는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국내 최초로 성인 난청 환자에게 시도되는 뇌간이식술. 과연 이씨는 청력을 다시 찾고 사랑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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