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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전국 안방 파고드는 로컬의 반란

등록 2009-03-29 19:59수정 2009-03-30 01:51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바짝 벼린 일렉트릭 기타의 전자음이 공연장을 무수히 갈라대자, 바리톤 색소폰의 또렷하고 묵직한 음이 뛰놀며 그 틈을 갈무리한다. 둥근 음을 길게 뽑은 트롬본의 즉흥 연주에는 베이스 기타의 발랄한 두드림이 얹힌다. 베이스를 치던 그룹 블랙홀의 정병희가 “양탄자를 타는 느낌”이라며 외친다.

“멋져부러!” 이미 객석은 ‘난장’이다.

지난 25일 오후 열린 광주문화방송 문화콘서트 <난장>의 100회 현장. 방송사 공개홀 무대에서 메탈과 재즈빅밴드의 잼 공연이 세계 최초로 펼쳐졌다. 이날 헤비메탈 그룹 블랙홀과 재즈빅밴드인 서울 솔리스트 재즈오케스트라가 만나 빚어낸 무대는 ‘충돌과 소통의 즐거움’이라는 기획 의도답게 객석 곳곳을 파고들어 뒤집어놨다.

지역에서 만드는 전국구 프로그램
실력파 뮤지션 순도100% 라이브
시청률 3%…하우스밴드 수준급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 고집스런 공연 지상주의 “방송보다는 공연이죠.” 녹음 반주를 사용하지 않고 100% 라이브만을 고집하는 음악 프로그램은 국내 둘뿐이다. 교육방송의 <스페이스 공감>과 광주문화방송의 <난장>. “공연만큼은 어느 프로그램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전용석 음악감독의 말처럼 난장의 ‘공연 지상주의’는 현장 곳곳에 배어 있다. 이날 출연한 김수철이 리허설 도중 “좋은데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든 음향은 ‘메탈리카’, ‘드림 시어터’ 등 세계 정상 밴드의 내한 공연을 꾸렸던 국내 최고의 업체가 맡고 있다. 공개홀의 기존 좌석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공연을 위해서다.

출연한 뮤지션들과 관객들의 긴밀한 소통을 위해 무대·객석의 거리는 최대한 좁히고, 관객들은 소극장 형태의 계단식 좌석과 그 앞 스탠딩석에 자리를 잡는다. 제작진은 관객 수까지도 조절한다. 100회 공연은 팬들의 성화로 400명에게 관람권이 배부됐지만 원래는 250명을 넘지 않는다. 1회부터 100회까지 난장을 이끌고 있는 김민호 피디는 “공짜라는 기분만으로 오는 사람은 배제한다. 진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보고 싶어하는 ‘진성’ 관객들만 초대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뮤지션들과의 교감이 시너지를 낳아 일정 수준이상의 공연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연관람권 신청도 난장 홈페이지(www.mbcnanjang.com)에서 회원으로 가입한 뒤에나 가능하다.

공연 지상주의를 위해 하우스밴드 ‘난장’도 꾸렸다. 박완규나 정경화 등 많은 솔로 뮤지션들이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할 만큼 하우스밴드의 실력은 녹록잖다.

이런 고집과 노력은 가수 이상은의 데뷔 20주년 기념 첫 무대, 20년 만에 컴백하는 전설의 메탈그룹 백두산의 컴백 첫 무대로 난장이 선택될 만큼 프로그램의 지명도를 높이는 성과를 가져왔다. 2년 만이었다.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공연으로도 유명한 기타리스트 토미 임마뉴엘의 공연도 난장이 서울 지역 방송사와 경쟁에서 따낸 성과다. 2년간의 공백을 깨는 전인권의 컴백 무대도 바로 난장에서 예고돼 있다.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100회 맞는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 변방에서 중심으로, 힘겨운 싸움 2007년 3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00회까지 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역감정은 없다. 지역을 폄하하는 의도만 있을 뿐”이라는 블랙홀의 보컬 주상균의 말은 난장이 걸어온 길의 험난함을 암시한다.

초기에는 정규 프로그램인데도 단지 지역에서 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을 거부하는 가수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 방송국 제작임을 고려해 지역성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내 반발도 무시 못할 변수였다. 김민호 피디는 “지역에서는 지역성을 요구하고, 서울에서는 지역성 때문에 무시받는 상황에서 살길은 오직 공연밖에 없었다”며 “난장은 이제야 겨우 변방에서 중심으로 향하는 걸음마를 뗐다”고 말했다.

난장은 광주뿐만 아니라 월요일 밤 11시15분이면 울산, 제주, 마산, 대전 등에서도 문화 방송 채널로 볼 수 있는 ‘전국구’ 프로그램이다. 포항과 춘천도 시간대를 달리해 방송된다. 스카이라이프 채널이나 위성 디엠비까지 더하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각 방송사별 시청률도 3% 내외로 음악 프로그램 가운데는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근의 불황에 제작진은 숨이 차다. 김 피디는 “버티는 게 목표”라며 “실력 있는 뮤지션이 온당하게 대접받는 무대를 위해 200회, 1000회까지 버텨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전용석 음악감독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힘내세요! 난장 화이팅!” 공연 뒤 “우리를 위해서라도 꼭 오래오래 살아남아 달라”고 말했다는, ‘나에게로의 초대’의 가수 정경화가 보낸 100회 축하 문자다.

광주/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광주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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