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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꽃남? 이제는 ‘못남’시대!

등록 2009-04-06 07:59수정 2009-04-07 00:44

‘자명고’ ‘남자…’ ‘내조의 여왕’
성격·얼굴 ‘못난’ 남자들 각축
<꽃보다 남자>(꽃남)가 3월31일 25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금잔디의 위기 순간 맥락 없이 나타나는 지후선배만큼이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시청자들은 월·화 어김없이 <꽃보다 남자>의 시청률 30%를 지켜줬다. 꽃남이 꿈처럼 휩쓸고 간 자리, ‘꽃남’은 간 데 없다. 방송사 어딜 둘러봐도 꽃 ‘못’된 남자(Fail 4), 꼭 ‘못’된 남자(Fu** 4), ‘못남’ F4들만 우글거린다.

‘삽질’로 모든 것을 일구던 고대 국가의 왕(에스비에스 <자명고>), 삽질만이 성공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재력가(한국방송 <남자이야기>), 끊임없는 삽질 끝에 성공한(할) 남편(문화방송 <내조의 여왕>)등이 펼치는 못남 3파전은 눈물겹다. 능력이나 외모가 꽃이 못된 남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꼭 못되게 굴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남자들의 각축장이다.

에스비에스 <자명고>의 고구려 대무신왕(문성근). “넌 왕의 그릇은 못된다”거나 “계집은 사내의 욕정을 채우거나 국모가 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야 마는 꼭 ‘못’된 남자다. 말로 상처주는 건 예사고, 왕위 승계를 위해 몹쓸 짓도 마다 않는다. 한국방송 <남자이야기>의 돈을 위해 물불 안가리는 천재(김강우)와 그 돈의 세계에 맞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주인공(박용하)은 ‘대한민국 3부작’이란 명제를 좇느라 꽃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계를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남자는 꽃이 될 수 없다.

문화방송 <내조의 여왕>에 등장하는 못남은 노골적이다. 이혼당하지 않기 위해 취직하려고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멘사(지능지수 높은 인재들의 모임) 출신 서울대의대 중퇴생 온달수(오지호). 군 제대를 앞두고 짝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려고 만든 징검다리인 봉순이와의 만남을 헛딛어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엘리트 한준혁(최철호). 둘은 여지없이 못남이다. 철없는 시절 당한 모욕에 대한 복수 수단, 믿을 만한 학벌을 빼면 이 꽃 못된 남자들의 효용가치는 뚝 떨어진다.

그래도 “말도 안 된다”는 말조차 참으며 지켜본 꽃남 24회를 떠올린다면 “실컷 욕하면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이 못남에게는 있다. 현실로 구현된 꽃남 속 ‘그 분들의 세계’(<남자 이야기>)에다, 구준표 파마(<내조의 여왕>의 달수와 태준), 구준표 허점(<내조의 여왕>의 지애), 구준표 독설(<자명고>의 대무신왕) 등 시·공간을 초월해 꽃남을 무차별적으로 응용한 흔적들은 못남을 내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다.

2009년 봄 꽃남이 지나간 자리에는 불황 터널의 현실을 은유하는 각종 드라마들이 들어섰다. 사극, 코미디, 정극 등 각기 다른 이들 드라마 속 대세는 ‘못남’이다. 하어영 기자 사진, 문화방송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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