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요원. 사진 문화방송 제공
MBC ‘선덕여왕’ 사극 도전 이요원
중성적 실제 성격 이미지될까봐
여성스러운 역할만 도맡아
“대본읽다 눈물…모험 결심
미실에 쏠린 관심? 반전 있을 것” 배우 이요원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년)를 연기 경력의 출발점으로 새기고 있었다. 새침한 듯 무심한 젊음, “그게 내 모습이었다”며 입을 앙다문다. 데뷔 뒤 지금까지 우아하고 아름다운 외유내강형 여성을 연기해 왔지만, 그는 정작 “실생활에서는 ‘천생 남자’라고 놀림받을 만큼 중성적”이라고 말한다. “그게 제 모습인데도 이미지가 그쪽으로 굳어질까봐서인지 여성적이고 단아한 것만 찾았죠.”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에서 그는 자기 본연과는 다른 모습만을 보여준 셈이다. 심지어 드라마 <다모> 등 액션신이 들어간 작품은 받아 든 대본의 첫 장조차 넘기지 않고 고사했다. “날아다니는 것은 안 되겠더라고요. 몸을 쓴다는 게….” 그러던 그가 변했다. 넘어지고 구르는 액션신이 가득 담긴 <선덕여왕> 대본을 집어 들게 된 것이다. “액션보다는 그 속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랜만에 책(대본)을 보면서 눈물을 쏟았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몸 쓰는’ 사극에 도전할 결심을 세웠다. 지난 14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제작발표회. 처음 공개된 영상을 본 참석자들은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 이요원보다는 고현정을 주목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던져진 질문 15개 가운데 선덕여왕에 대한 것은 3개뿐, 미실의 고현정으로 관심이 쏠렸다. 정작 본인은 “지금은 미실에게 관심이 쏠리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처음 주목 못지않은 반전이 있다”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던졌다. “현정 언니가 의식적으로 처음에 자기가 사람들 시선을 끄는 몫을 하겠다며 노력하는 게 도리어 고마워요. 극 전체를 보자면 그 말씀이 옳아요. 저보다 훨씬 선배님이기도 하고. 그리고 솔직히 그분은 진짜 스타 아닌가요?” 여배우로 갖기 힘든 이런 여유, 이유가 있었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스물아홉, 자신의 연기 이력에 대해 “질려 있다”고 그는 거침없이 말했다. 변화는 그의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자기의 이미지를 설정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움직이고, 하고 싶은 대로 가자는 결심을 세웠다. 배우로서 2차 성징의 시작. 우선 그는 십수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롤 모델을 지웠다. “그분이 어떤 모습을 보이면 나도 그런 이미지로 가고 싶다는 생각, 예를 들면 그분이 인터뷰를 얼마만큼 하면 나도 딱 그만큼만 하자는 식의 강박을 나도 모르게 만들었어요. 그게 싫어진 거죠.”
비워내고 다시 채우는 그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의 안에서 시작된 변화는 일상으로 옮아왔다. “먹는 재미를 태어나서 처음 느꼈어요.” 최근 가족들과 소속사도 놀랄 만큼 식욕이 왕성해져 태어나 처음으로 먹는 행복을 알았고 거기에서 느긋함도 배웠다. “스스로에게 잘 맞는 옷만 받아 입던 때의 안락을 깨고 모험을 하고 싶어 선택했다”는 <선덕여왕>. 어떤 왕을 연기하고 싶냐는 질문에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대사가 있다”며 “왕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는 덕만이 선덕여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질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10년 뒤에는 미실 같은 역을 꼭 하고 싶어요. 지금하기에는…. 솔직히 카리스마도 연륜도 부족하죠.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때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50부작의 긴 드라마가 끝난 뒤 그의 뒤늦은 성장통은 무엇을 남길지, 서른 즈음의 이요원이 기대된다. 경주/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선덕 VS 미실’ 두 여인, 신라를 흔들다 <내조의 여왕> 후속인 문화방송 창사 48주년 특별기획 <선덕여왕>(5월25일 밤 9시55분 첫방송)은 50부작의 대장정이다.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 등을 거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여걸 미실에 대적해 천신만고 끝에 여성으로는 처음 왕위에 오르는 신라 27대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벌써부터 인터넷에서는 ‘선덕파’와 ‘미실파’로 나뉠 만큼 양자 대결 구도는 흥미진진하다. 이요원, 고현정 두 여배우들을 중심으로 우직하나 코믹한 ‘새로운’ 김유신을 연기하는 엄태웅, 선덕여왕 왕위 계승의 1등 공신 김춘추를 연기하는 ‘잘 큰 국민 남동생’ 유승호 등이 기대를 모은다. <에덴의 동쪽>에서 악역 신태환을 맡았던 조민기의 연기변신도 볼거리다. 영화 <미인도>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김남길은 드라마 후반 선덕여왕의 최대 정적인 비담을 연기한다. 드라마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가 집필을, <뉴하트>의 박홍균 피디가 연출을 맡았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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