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유산’ 주역 한효주
SBS ‘찬란한 유산’ 인기 주역
물오른 연기 시청률 고공행진
“지금껏 쌓은 것 터뜨려 볼래요”
물오른 연기 시청률 고공행진
“지금껏 쌓은 것 터뜨려 볼래요”
배우 한효주의 미니홈피 게시판 제목은 ‘소통’. 하지만 열리지 않는다. 방문자가 하루 3000명이 넘지만 ‘개인’ 미니홈피의 원래 의도대로 가겠다는 듯 고집스럽게 폐쇄적이다. “저만 볼 수 있어요. 하하하.”
팬들과의 소통이 생명인 직업이 아니냐는 말에, “그 단어는 저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서 저 스스로에게 이러저러한 것을 묻고 답해요. 한효주는 이렇다 정의 내릴 수 있는 게 한 가지도 없어서요.” 질문을 내몰듯 꼬리를 물어대는 대답은 거침없다.
그가 여주인공 고은성을 연기하는 에스비에스 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시청률 30%를 넘어섰다. 은성은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아버지, 동생과 헤어지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러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게 되는 ‘캔디’ 같은 인물이다. 그의 연기는 호평을 넘어 ‘한효주의 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효주는 “지금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것이 목표라는 그는 민폐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연기가 매끄럽다. “김미숙 선배님과 연기할 때는 나도 모르게 몰입해서 예상치 못했던 표정까지 튀어나와요.” 생애 첫 악녀 역을 맡았다는 김미숙과 악다구니를 펼칠 때도 밀리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로 상대의 호흡을 고려하는 여유까지 엿보인다.
은성은 기다린 듯 찾아온 배역이다.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을 찍은 뒤로 감정을 안으로 쌓고 또 쌓아두면서 느낌이나 분위기만으로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해왔어요. 은성은 캔디라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게 외로워도 울고, 슬퍼도 울지만, 또 금방 웃고 떠드는, 감정에 솔직한 친구죠. 저도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터뜨려 보고 싶었어요. 은성이처럼요.”
“이제야 뭔가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말에 자신감이 넘쳤다. 한효주는 시트콤(<논스톱 5>), 일일드라마(<하늘만큼 땅만큼>), 미니시리즈(<봄의 왈츠>, <일지매>), 주말기획극(<찬란한 유산>) 등으로 이어진 출연작들만 보면 여느 여배우들처럼 스타로 ‘만들어지는’ 시스템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시스템에서 비켜서서 나름 과감한 선택으로 성장해 왔다. 시트콤 출연, 쇼 프로그램 진행 등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만의 영역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많죠.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 게 먼저고, 그것만 할 수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대본만 보고 주저 없이 선택했다는 영화 <달려라 자전거>, <아주 특별한 손님> 등 이른바 ‘작은’ 영화의 출연도 같은 맥락이다. 대개의 배우들이 스타로 커나가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집하고 학교밖에 모르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으니까요. 프로필 사진도 아니고 호기심에 포토샵 사진으로 모델 선발대회에 응모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고 1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찍은 포토샵 사진으로 응모했고 ‘미스 빙그레’가 됐다. 쑥스러워할 만도 한데 스스로 “1980년대나 있을 법한 여배우 무용담”이라며 “우연처럼 배우가 됐고 또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생기면 언제든 미련 없이 그 일을 하고 싶다”면서 환하게 웃는다.
지금은 연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달려라 자전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노래를 직접 작사하고 불렀을 만큼 재주가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애매모호해서”라고 답한다. 미니홈피 자기소개에 덩그러니 써놓은 ‘아직 애매모호한’이라는 단어가 실제 말버릇처럼 반복된다.
“정해놓은 틀이나 기준은 없구요. 스물세살 효주가 느끼는 느낌 그대로 가려구요. 내년에 다시 만나면 다른 얘기를 할 거 같은데. 눈물 나게 행복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고 써주세요.”
연기보다 사람 만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한효주, 그가 뒤늦게 겪고 있다는 스물셋의 사춘기가 지나면 그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찬란한 유산’ 주역 한효주
‘찬란한 유산’ 주역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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