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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낯선 땅 기억과 현재를 관통하다

등록 2009-06-21 20:00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미얀마, 네팔, 아르메니아….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폄하되는 땅. 낯선 그곳은 이미 100만 넘은 이주민들의 고향이다. 제작 기간 3년, 그들의 삶을 관통하는 5부작 ‘명품’ 다큐가 베일을 벗었다. 한국방송이 <누들로드>와 함께 기획했던 대형 다큐 <인간의 땅-5부작>은 지난해 불기 시작한 ‘명품’ 다큐의 바람을 잇는 화제작이다. 지난 일요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을 다룬 1부 ‘살아남은 자들’을 시작으로 7월부터 차례차례 공개될 나머지 4편의 작품들은 지금껏 들여다보지 못했던 우리의 현재와 과거를 반추하기에 차고도 넘친다.

3년간 제작 1부 이어 7월 순차적 공개…이병헌·감우성 등 내레이션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 아시아, 행복을 꿈꾸는 이들의 삶은 계속된다

지난 17일 후속작 ‘히말라야의 딸들’(연출 안중섭)의 후반 작업이 진행중인 서울 여의도의 한 녹음실. 해설자로 녹음한 배우 감우성은 “인간의 땅 이야기라기보다 땅의 인간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녹음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히말라야의 산맥이 아닌 히말라야의 비극을 그대로 안고 사는 두 자매의 이야기다. 언니는 250여년 동안 네팔 사회를 지배했던 힌두 왕정을 10년의 짧은 역사로 무너뜨린 마오주의 반군이 됐고, 동생은 남편 손에 팔려 성매매 여성이 됐다. 헤어날 수 없는 카스트 제도와 대물림되는 가난 속에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거창하지 않다. 계급으로 차별받고, 여성이라 차별받는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네팔 반군의 절반 이상이 여자라는 사실은 이들이 발을 딛고 선 희망의 근거가 무엇인지 대변한다.

후반작업 중인 또다른 후속작 ‘바람이 씻어간 노래’(연출 박봉남)는 이슬람 개종을 거부하고 6000년 전 고대 종교를 고집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켜온 예지디라는 아르메니아, 이라크 북부의 소수 민족을 그려낸다. 14세기 2300만명에 이르던 이들은 개종을 강요하는 무슬림의 핍박으로 이제 100만명도 채 남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이제 예지디 말과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카메라는 목축을 생업으로 삼는 라즈믹의 가족을 통해 그들이 지키려는 가치, 아버지와 갈등하면서도 목축업을 물려받는 막내 아마르의 삶을 묵묵히 비춘다.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 그들의 삶 속에 관통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지난 일요일, 배우 이병헌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된 1부 ‘살아남은 자들’(연출 강경란)을 본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한 경찰서가 배경이다. 카메라는 미군 순찰차와 동행하다가 우연히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청년을 생포하는 총격 현장을 힙겹게 뒤따르기도 하고, 미군 오폭에 의한 희생자들의 병상과 탈레반의 테러로 이유 없이 숨져가는 한 철공소 직원의 병상을 동시에 비추기도 한다. 낮에는 정부군·미군 편에, 밤에는 탈레반 편에 서는 촌로들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연작 중 강 피디가 연출한 다른 작품인 ‘슬픈 정글’은 1980년대, 독재 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 ‘독재 타도’ 꿈꾸던 미얀마 학생들의 현재를 비춘다. 1988년 ‘랑군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그들은 군사 정권의 탄압을 피해 국경의 밀림으로 모여들어 반군이 됐다. 20년 전 밀림에 들어온 고등학생 킨조는 이제 반군 대장이다. 만명을 훌쩍 넘겼던 그들은 이제 천명도 남지 않았다. 그런 희생 속에서 2007년 대대적인 시민항쟁이 일어났지만 군부독재는 여전히 강고하며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KBS 5부작 다큐 ‘인간의 땅’
■ “가난은 힘이 세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역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철까마귀의 날들’(연출 박봉남)은 우리의 현재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최대의 조선산업 중심지로 성장한 한국과 같은 기간 세계 최대의 폐선 해체 산업 중심지가 된 그곳의 삶은 다르지 않다. 우리가 만들면, 그들은 부순다. 사상 처음 언론에 빗장을 연 폐선 해체의 현장은 아름답고 참혹하다. 그들이 잘라내는 2만톤급 폐선의 규모는 화면을 압도하고, 그 안에서의 노동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그런 위험 속에서 일한 10년, 스물한살의 벨랄(사진 왼쪽)은 고향에 돌아가 장사할 밑천인 80만원을 아직도 모으지 못했고, 갓 태어난 그의 딸은 영양실조로 실명한다. 수술하면 회복할 수 있지만 돈이 없다. 그의 흐느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방송 제공

네팔 마오 반군 캠프 ‘세계 최초’ 공개

몸 던진 열정 단독 영상을 만들다

>■ 최초, 최초, 최초

사진가들의 낙원으로도 불리는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폐선 해체작업 공장을 언론으로는 처음 들어가 취재했다. 네팔의 마오 반군 캠프가 영상에 담긴 것도 세계 최초다. 미얀마 편의 경우도 2007년 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반군 합류와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내용은 첫 단독 공개다.

■ 피랍사태에도 멈추지 않았던 촬영

아프가니스탄에서 2007년 한국인 19명이 탈레반에 납치됐다. 당시 현지에 있던 국내 언론인은 ‘살아남은 자들’을 찍던 강경란 피디가 유일했다. 그는 국내 언론에 현지 사정을 알리려고 동분서주했다. 그 속에서 2008년 겨울까지 칸다하르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탈레반에 의한 테러 순간을 잡은 영상이나 탈레반으로 의심받는 청년을 미군이 추격하는 장면들은 그런 노고가 낳은 결과물이다.

■ 아이의 눈을 뜨게 해주고 싶었다

방글라데시 편은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건조하게 찍는다’가 목표였다. 그들의 삶이 ‘신파’로 흘러 평가절하될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박봉남 피디도 벨랄의 눈 먼 아이를 위해서는 발벗고 나섰다. “갓난아이가 돈 때문에 수술을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병원에 데려갔지만 이번에는 영양실조가 문제였다. 수술을 위해 1년 정도의 회복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수술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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