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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누가 ‘파트너’를 ‘섭섭 드라마’라 했나

등록 2009-07-27 13:16

<파트너> 제작 현장
날이 갈수록 묘미 더하는 ‘꽈배기 반전’
“컷! 철수! 철수! 서둘러 주세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빌딩가에서 펼쳐진 한국방송 수목 드라마 <파트너>의 제작 현장. 제작진의 목소리가 긴박하다. 부동산 사기 에피소드의 한장면인 비(B)팀 촬영분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현주, 이동욱 등 주연 배우들은 100여m 떨어진 빌딩 앞의 에이(A)팀 현장으로 달음질친다. 그리고 다시 비(B)팀은 한 휴대전화 매장으로 이동을 시작한다. 에이(A)팀, 비(B)팀이 분초를 다퉈 촬영을 진행하는, 방송 하루 전 쪽대본 촬영은 전쟁이다.

촬영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컷”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한숨들, 누적된 긴장감에서 오는 피로가 가득하다. 잠을 청하지 못한 지 사흘째, “괜찮다”라며 웃는 김현주는 화장만 고쳐가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동욱의 단독 장면을 촬영하는 그 틈에 초단위 조각잠을 청한다. 꾸벅, 눈이 마주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씩 웃는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한국 드라마 제작 현실에 대한 성토는 잠시 보류다.

2%의 아쉬움을 넘어선 반전, 반전

1980년대 광고에서나 봤을 법한 오토바이 소년의 엄지손가락 세레모니나, 개그도 뭣도 아닌 농담을 주고받는 법정장면 등의 민망함으로 초반 상당수의 시청자들을 떠나보낸 <파트너>의 중반 이후 기세가 무섭다. 극 전반 깔린 2%의 아쉬움에도 폐인들은 ‘본방사수’를 외치기 시작했고, 경쟁드라마의 선전에도 두자릿수에 올라선 시청률은 탄탄한 안정세를 보인다.


<파트너>가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은 모두 기대를 넘은 반전의 재미 덕이다. 특히 ‘내가 니 애비다’식의 단도직입이 아니라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식으로 굽어들고 꼬여들어 뒤집는 맛이 일품이다. 지난 주 주인공들과 재벌 ‘진성’의 안 주인과의 한판 싸움에서 배배 꼬인 반전은 절정에 달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느껴지는 통쾌함은 찰나, 순간의 반전에 승소한 주인공은 울고, 패소한 상대방은 웃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웃는 상대방에게 누군가는 썩은 미소를 날리며 한번더 상황을 꼬아댄다.

이런 눅진한 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선악 구도, 강자·약자 구도 등 기존 드라마가 갖는 단선적인 구도에 균열을 주기위해 현실의 복잡성을 드라마에 과감하게 차용했기 때문이다. 선·악 구도에서 독한 복수로 끝장을 보는 대본이 선호되는 요즈음의 드라마 판에서는 일종의 도전이다. 살인, 폭력 사건 등의 강력 범죄부터 저작권법 위반까지 10회를 빼곡히 채운 반전‘꺼리’들은 일도양단할 수 없는 복잡성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특히 ‘진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재벌은 모든 사건을 관통하며 드라마 전체를 지배함과 동시에 또다른 반전의 소재가 되면서 현실감을 더한다.

캐릭터의 힘!

시에스아이, 그레이스 아나토미 등 미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장르물의 공통점은 해당 직업군의 이야기 소재를 기반으로 화제를 모은 뒤, 그 안의 캐릭터들이 주·조연할 것없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장기흥행을 일궈왔다는 것이다.

<파트너>가 갖는 또 다른 매력이 바로 그 안에 녹아든 캐릭터에 있다. 로펌 이김과 해윤의 경쟁 구도 안에 들어있는 인물 모두가 각자의 사연들로 생생하다. 난치병 걸린 아들을 둔 아줌마 변호사 강은호는 모든 사건 앞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투영하며 눈물을 보일만큼 감성적인 초보 변호사. 과거 회상장면 등에서 복선으로 깔린 이야기들도 다 풀어내지 못한 상태다. 그의 동료 이태조 변호사 또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자신의 트라우마로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며 좌충우돌로 사건을 만들어 내기 일쑤다.

이룰수 없는 사랑에 쩔쩔매는 동료 한정원 변호사나 얼핏 성공을 향한 냉혈한으로 뵈지만 동생(태조)의 자유로움을 동경하는 해윤의 변호사 영우 등 입체적으로 조형된 인물들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다. 해윤의 대표 변호사 이진표나 은호의 정신적 지주인 조형래 변호사 등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과거의 비밀을 간직한채 ‘터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 명품 조연으로 자리잡은 박철민, 신이 등이 연기하는 사무장 항로나 사무직원 순이까지,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중심인물과 교감하며 이야기를 구축해가는 중이다.

이렇게 펼쳐진 인물군들로 남은 6회분은 비좁아 보인다. 이야기 보따리를 어떻게 다 풀어낼지가 관심사다. <파트너>에 빠진 팬들이 시즌2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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