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씨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조연으로 데뷔
연기 17년째 불혹의 중견배우로 들어선 ‘한류 스타’ 이병헌(사진)씨가 마침내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미이라>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지. 아이. 조-전쟁의 서막>에 출연한 그가 최근 방한한 제작진과 함께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매니저가 이 작품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꼭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사실 감흥이 크지 않았어요.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일까. 두려워하면서까지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갈팡질팡하던 그에게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 모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래도 “과연 제 연기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만화 캐릭터(스톰 섀도우)의 제 배역을 받아들여 주실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그는 4살 때 처음 극장에 갔을 때의 행복감,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영화와 무협물들을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결단을 내렸다. “그런 깨달음 뒤에는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막상 진출한 할리우드는 딴 세상이었다. 자본주의와 합리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었다. 의상이나 값 비싼 소품들이 여러 세트 준비돼 있어 소품 때문에 촬영이 지연될 일이 없었고, 간식도 시간에 맞춰 제때에 나왔다. “어마어마한 자금을 들이다 보니 감독의 재량권이 별로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제작자들이 지시하면 그대로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10대 후반 어학원에서 2년간 배운 게 전부’라고 했지만 그는 극 중에서 상당히 괜찮은 영어발음을 선보였다. 다른 사람 목소리를 더빙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정도였다. “대사 때문에 엔지(NG)를 내는 건 프로답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완벽히 외웠죠. 그래도 힘들었어요.”
그는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문을 두드리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면서도, 인종과 언어의 벽을 뚫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테죠. 그래도 저는 흡족합니다.”
액션스릴러에서 멜로까지 차곡차곡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갈 수 있어서 좋다는 그의 다음 도전은 뭘까. “감독은 어릴 적부터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었어요. 하지만 감독을 해도 창피하지 않을 순간이 온다면 그때 한번쯤 해 볼만 할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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