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반복되는 분쟁’ 윤리성보단 산업구조 문제로 봐야
‘표준계약서’보다 관리·기획·섭외업무 분리 더 시급
‘표준계약서’보다 관리·기획·섭외업무 분리 더 시급
동방신기로 짚어본 ‘노예계약’
요즘 또 연예계가 시끄럽다. 연초에 한 여배우의 자살로 연예계의 비뚤어진 접대문화가 폭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최근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이돌그룹이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주장의 요지는 계약기간이 지나치게 길고, 소속사가 과다하게 수입금을 착취하였으며, 엄청난 위약금으로 인하여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최고의 인기그룹이 제기하였다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지난 십수년간 계속되어온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노예계약 분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왜 연예계에서는 이런 노예계약의 문제가 반복되는 것일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 전속계약의 불공정한 조항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업계 표준의 전속계약을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으로도 연예계의 노예계약 문제는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노예계약은 우리나라 연예계의 후진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소위 “배병수식 모델”이라 불리는 “연예인 키우기” 시스템의 문제이다. 최진실과 엄정화의 매니저였던 배병수씨 이후로 대부분의 매니지먼트사업은 연예인을 “키워서” 성공시킨 후, 그 수입을 나눠 갖는 구조를 취하였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는 소속사가 연예인들의 노래공부, 연기훈련, 성형수술, 심지어는 숙식과 차량, 운전기사, 미용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준다.
미국의 연예인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지방도시의 바나 연극무대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능력이 인정되면 에이전트와의 계약을 통하여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신인 연예인이 보통 훈련기간 2~3년, 성공할 때까지 무명기간 2~3년을 거쳐 성공을 하기 때문에 평균 5년 정도의 투자기간이 필요하고, 따라서 계약기간을 10년 정도의 장기간으로 하지 않으면 투자금의 회수가 어렵게 된다. 또 10명의 연예인을 키우더라도 불과 한두명만이 성공을 하기 때문에 그동안 실패한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투자 비용까지 회수하기 위하여 소속사는 성공한 연예인으로부터 더 많은 금액의 수입 분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속사의 유일한 재산인 성공한 연예인이 소속사를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위약금을 자꾸 높여가는 현상도 나오게 된다.
따라서 노예계약의 문제는 소속사의 부도덕성이나 윤리성에서 그 이유를 찾기보다는 연예계의 산업구조의 문제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러한 “연예인 키우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한에는 우리가 노예계약이라 비난하는 전속계약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연예계 산업구조의 실질적 개선 없이 표준 전속계약서를 강제하는 것은 큰 실효를 보기 어렵다. 벌써 연예계에서는 외부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계약서를 자구 수정 없이 그대로 체결하지만, 사실상 부속합의서라는 명목으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연예계의 “연예인 키우기” 시스템을 “연예인 지원하기”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매니지먼트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연예인을 상품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연예인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것에 있다는 원칙으로의 회귀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연예인의 관리업무(매니저)와 기획, 섭외업무(에이전트)를 구분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니저는 연예인의 활동과 기타 스케줄 관리를 지원해주고, 연예활동의 기획과 외부 출연을 섭외하는 업무는 독립한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시스템하에서는 연예인들이 매니저에게 종속되거나 예속화될 위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연예계의 노예계약의 문제는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수술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이다. 최정환 변호사
이제는 우리도 연예계의 “연예인 키우기” 시스템을 “연예인 지원하기”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매니지먼트사의 기본적인 역할은 연예인을 상품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라기보다는 연예인을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것에 있다는 원칙으로의 회귀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연예인의 관리업무(매니저)와 기획, 섭외업무(에이전트)를 구분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니저는 연예인의 활동과 기타 스케줄 관리를 지원해주고, 연예활동의 기획과 외부 출연을 섭외하는 업무는 독립한 에이전트가 담당하는 시스템하에서는 연예인들이 매니저에게 종속되거나 예속화될 위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연예계의 노예계약의 문제는 산업구조의 대대적인 수술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이다. 최정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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