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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지-드래곤 노래, 표절인가? ‘못된 음악’인가?

등록 2009-08-19 15:31수정 2009-08-19 17:20

솔로곡 등 논란…샘플링 홍수속 가이드라인 모호
창작자 양심 중요…‘감별 프레임’ 작동해 추려내야
요즘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름은 단연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이다. 그가 솔로 앨범 발표에 앞서 공개한 곡 대부분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대표적으로 ‘하트브레이커’가 미국의 래퍼 플로라이다의 ‘라이트 라운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고, 나머지 곡도 오아시스 등과 비교당하며 표절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작 ‘표절의 진위 여부’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왜냐? 간단하다. 표절이 아니니까.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든 표절이 아니게 될 것이니까. 기실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일은 이제 무의미하다. 요즘 세상에 표절 기준에 걸릴 정도로 정직(?)하게 표절하는 음악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곱씹을수록 오히려 더 모호해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 표절 가이드라인은 ‘명확한 표절 기준이란 게 있기는 한 건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자기방어와 시치미 떼기에 유용한 샘플링이니 리메이크니 하는 좋은 구실도 몇 가지 생겼다. 이제 표절이 이 땅에 설 자리는 없다. 고로 표절은 죽었다.

표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태도는 처음부터 한계를 수반한다. 표절이 아니라고 판명될 경우 해당 음악가에게는 논란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면죄부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워낙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서 표절 혐의는 열이면 열 혐의 그 자체로 그친다. 이런 절대적 이분법의 틀 안에서 혐의를 제도와 절차를 통해 입증해내지 못하면 결국 무죄다. 따라서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바로, ‘표절 프레임’을 버리고 ‘감별 프레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표절이면 유죄고 아니면 무죄라는 발상의 틀을 깨야 한다. 규정과 제도에 입각한 판명보다 중요한 건 창작자의 양심과 음악가의 윤리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좋은 음악과 못된 음악을 감별하고 나아가 못된 음악을 퇴출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못된 음악’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물론 절대적 기준은 없다. 그러나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신뢰할 만한 기준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유행을 좇는 것이 대중음악의 숙명이라고는 해도, 유행의 정수를 파악해 자신의 개성으로 재창조하기보다는 인기를 얻었던 특정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노골적으로 흉내 내기에 급급한 곡. 즉 어떤 특정곡이 없었다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으리라 추정되는 곡. 또 창작자로서의 노력보다는 남이 이미 이루어놓은 것들을 답습하고 모방하는 데에 더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라 짐작되는 곡. 우리는 이런 못된 음악을 감별하고 퇴출시켜야 한다.

못된 음악에 대한 질타와 외면은 강하고 분명할수록 좋다. 그렇게 거르고 추려내야 좋은 음악만이 남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지-드래곤의 새 음악들은 표절인가? 실로 우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본다. 지-드래곤의 새 음악들은 좋은 음악인가, 못된 음악인가? 답은 잠시 각자의 가슴에 맡기고, 대신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누군가 말하길, 각성한 시민만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다르지 않다. 각성한 음악 대중만이 좋은 음악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혜택은 전부 우리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김봉현/음악평론가, 사진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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