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들, 드라마 ‘화룡점정’
김선화·박상원·이규환 등 완성도 일조
드라마 속 조연들의 활약이 도드라진다. 180도 이미지 변신이 으뜸이다. 부드러운 미소가 돋보였던 이규환은 <혼>에서 감정 없는 연쇄살인마로 소름 돋는 열연을 펼쳤다. 납치한 여자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칼로 찌르며 희열을 느끼는 표정이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를 연상케 했다. <스타일>에서 편집장이 된 박기자(김혜수)를 감시하려고 발행인이 투입한 소 이사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의 김윤석 친구, 용배(신정근)다. 덜렁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진지한 모습이 새롭다. 연기파 배우들의 악역 변신도 눈에 띈다. <드림>의 박상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표정만으로 비열함을 뿜어낸다. <모래시계> 등에서 주로 바른 인물을 연기했던 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송아지 같았던 눈빛에서 예상치 못한 악의를 뿜어내기는 <혼>의 김갑수도 마찬가지. 게시판에는 그들의 ‘깜짝 변신’을 놀라워하는 글이 많다.
중견 배우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스타일>에서 여자 총리로 나온 김선화가 도드라진다. 영화 <행복한 장의사>에서 자살한 과부 시체로 나오는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못된 아줌마나 귀신 역을 했던 그는 위엄 있고 절도 있는 의외의 모습으로 시선을 잡았다. 박상원, 김갑수를 제외하면 모두 잠깐 등장하는 특별출연에 가까웠다. 뇌리에 박히는 인상적인 연기로 드라마의 질을 높였다.
개성 넘치는 신인들의 발견도 반갑다. 전부 꽃이 되려고하는 방송가에서 잡초 같은 역을 도맡아 생기를 불어 넣는다. <스타일>의 패션지 기자들이 대표적. 서정(이지아)의 동기 곽재석(한승훈)은 수다스럽고 게이 같은 모습에 ‘오버’한다고 질타도 받지만 주변에 꼭 있을 법한 실생활 캐릭터가 친근하다. 그와 짝을 이뤄 팔랑거리는 차지선(한채아)도 과도한 아이라인 그리며 헛바람 든 패션지 기자를 질겅질겅 소화한다. 아침드라마 <녹색마차>의 조폭 강석종(정우)은 어디서 본 듯한 배역을 새롭게 빚는 재주를 부렸다. 중견 배우들 외엔 감초 연기를 하는 젊은 배우들이 드물었던 최근 드라마계를 생각하면 기분 좋은 발견 아닐까. 남지은 기자,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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