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팅 하는 ‘지붕뚫고 하이킥’ 주역들 = 26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새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윤시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민한 손녀 끝장성격 두고
누리꾼 사이 논쟁 불붙기도
누리꾼 사이 논쟁 불붙기도
<지붕뚫고 하이킥>은 욕망에 관한 드라마다. 20회로 캐릭터 구축을 어느 정도 마친 지금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내달린다. 눈치 볼 것 없다. 이순재 사장부터 막내 손녀딸까지 그들은 일관되게 욕망에 충실하다. 전작들이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를 특화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욕망으로 뭉친 가족들의 면면이 더 독해지고 엉뚱해진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가족 관계에서 절제와 겸양의 미덕을 배웠던 우리에게 이 ‘욕망 가족’은 낯설지만 흥미롭다.
‘남자’가 된 할아버지, 영악해진 보석씨
<지붕…>에서 할아버지 이순재 사장은 방귀를 뀐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을 때 어김없이 ‘뿡’ 한다. 권위에는 관심 없고, 노인 공경보다는 ‘자옥씨’와의 사랑이 우선이다.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욕망’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그 욕망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는 순간에는 가족의 무례에도 “이놈” 한마디로 뒤끝 없이 넘어간다.
남자가 된 할아버지 캐릭터는 그래서 자유롭다. 노골적인 애정 공세에 그칠 줄 모르는 질투까지, 위계의 정점에서 내려온 할아버지의 몸 개그는 욕망 안에서 자연스럽다. ‘쪽’ 키스 한 방에 우주로 날고, 학교를 휘젓고 벽을 타넘는 우스꽝스런 슬랩스틱도 억지스럽지 않다. <순풍 산부인과>의 가부장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사이버 세계의 욕망(야동)에 눈뜬 뒤 <지붕…>에서 현실 세계로 튀어나왔다. 대척에 선 보석은 욕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순덩어리다. 말로는 “이건 아닌데”를 외치지만, 그는 대세를 따른다. 자신의 약점은 철저하게 감추고 그냥 몸 가는 대로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그는 영악한 30·40대를 대변한다. 눌려 있는 척하면서도 가장 영악하게 자신의 욕망을 관철하는 인물이다.
끝장 성격의 손녀딸 해리, 지지 않는 신애
“싫어”라는 단어를 연음화해 수십번 반복하는 예민한 손녀딸 해리가 등장했을 때 제2의 미달이라고 박수를 쳤다. 그도 잠깐, 알고 보니 그는 자기 음식(갈비)에 손댔다며 따귀를 올려붙이는 욕망의 화신이었다. 인터넷에서 때아닌 성선·성악 논쟁을 일으킬 정도로 끝장 성격을 지난 손녀딸은 팥쥐 캐릭터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상대를 괴롭힌다. 나름의 계략이나 지략은 뒷전, 갖고 싶은 건 무조건 “내 것”이라며 온갖 패악을 부린다. 객식구로 들어온 신애 자매는 얼핏 가장 절제된 등장인물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원초적 욕망 앞에 가장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 먹을 권리, 입을 권리, 최소한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 헌법전에 나온 권리 하나하나를 실천하며 교과서적으로 비칠 만큼 전형성을 띤다.
이뿐만 아니다. 하이킥을 거침없이 날리는 현경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침없이 반말을 지껄이는 현경의 아들 준혁 캐릭터도 ‘닮을까 무섭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귀여움으로 주목받는 정음이나 그 집의 하숙생들도 실은 소비욕이나 성공욕을 버리지 않는 소시민의 욕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어영 기자,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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