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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이제 다시 시작이죠”

등록 2009-10-30 08:25수정 2009-10-30 09:26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 주연배우 윤계상. 2009.10.28 (서울=연합뉴스)
영화 ‘집행자‘(감독 최진호) 주연배우 윤계상. 2009.10.28 (서울=연합뉴스)
영화 ‘집행자’에서 교도관 재경 역
"'마음을 비우자'. '집행자'를 찍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입니다."

윤계상은 충무로에서 연습벌레로 통한다. 본인 자신도 "나를 너무 괴롭힌다"고 말할 정도다.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큰 탓이다.

"제가 배우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주고 싶었어요. 한때 그랬죠."

윤계상은 최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이같이 말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에게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늘 부담이었다. '연기자 윤계상'보다는 'GOD의 윤계상'이라는 이미지가 컸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예능인 윤계상이 아니라 배우 윤계상으로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로 2004년 데뷔했으니 연기에 도전한 지 어느덧 6년. 돌아보면 젊은 혈기 때문에 험로를 걷게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2004년은 GOD 재계약 문제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소속사를 통해 시나리오 한편이 들어왔다. 변영주 감독의 '발레교습소'였다.

생전 처음 본 변 감독은 당시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던 윤계상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3일 이내에 민재 역을 제대로 연습해 오라고 했다. 윤계상은 오기가 발동했다고 한다.

"설연휴 3일간 잠도 안 자고 연습했어요. 연기 때문이 아니라 변 감독을 이겨보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막상 연습해서 가니 제대로 보지도 않고 오케이 하시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연기는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눈뜨게 해 줬다.

"잠도 못 자고 열심히 연기했지만, 현장이 너무 재밌었어요. 모든 스태프가 하나 돼 무언가를 이뤄간다는 느낌은 정말 좋았죠.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지금도 '발레교습소'에서 한 연기를 자신의 최고 연기로 꼽는다. "멋모르고 할 때여서 아마 그럴 거예요."

'발레교습소'와 '6년째 연애 중'이 그에게 소소한 성공을 안겨줬다면 하정우와 투톱으로 출연한 '비스티보이즈'(2008)는 깊은 절망감을 심어줬다.

"제 부분만 잘려나갔어요. 정우가 한 부분은 거의 안 잘려나갔죠. 제 분량은 40분이나 편집됐어요. 같이 열심히 했는데, 난도질당한 건 저 혼자였죠. 그때는 목숨을 걸고 연기를 해도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관둘까 했죠."

그러다 최진호 감독으로부터 '집행자'의 재경 역을 제안받았다. 시나리오를 보니 마음에 들었다. 2004년 이래로 그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변영주 감독의 추천도 있었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다시 연기에 도전했다고 한다.

"머리를 백지로 만들려 노력했어요. 처음 연기를 하는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려 했죠."

재경 역을 연기하다 보니 사형제도에 자연스럽게 반대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고 죽인다는 것 자체에 반대합니다. 물론 벽걸이 TV까지 있을 정도로 좋은 교도소에서 사형수들이 생활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지나치게 사형제도와 영화 '집행자'를 연결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약간의 우려도 표명했다.

"그냥 사람들 이야기죠. 조금 가볍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면서 교도소를 견학하는 느낌을 갖는 것도 괜찮고요."

'집행자' 때문에 법무부 홍보대사까지 맡게 된 그는 "법과 질서를 잘 지켜야겠죠. 9시 뉴스에 나오면 안되겠죠"라며 웃었다.

어떤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자 임상수나 홍상수 감독이 만드는 영화에 캐스팅 제의가 오면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가벼운 영화만을 하면, 저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느낌이 들어요. 기왕 이 바닥에 들어왔으니 연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연기자, 좋은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인 셈이죠."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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