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서 강진 역으로 인기
연예계에서 대성하려면 '눈빛이 맑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엄동설한에 '쨍' 소리가 나는 듯 맑고 영롱한 눈빛이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네티즌은 '고수플루', '고수앓이', '고비드', '고느님' 등의 별명을 붙이며 이 눈빛의 주인공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내고 있다.
SBS TV 수목극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주인공 고수(32)가 깊고 슬픈, 그러나 한없이 투영한 눈빛과 얼굴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강진이가 워낙 매력적이잖아요. 잘생겼고. 하하 죄송합니다. 깨끗하고 정직하고 열정적이잖아요. 또 건축디자인에 천재적인 감각이 있고요. 여성 시청자들은 강진이 지완(한예슬 분)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그가 연기하는 강진이라는 인물 자체가 멋지다. 그러나 강진은 고수를 만났기 때문에 빛이 나고 있다. 한때는 가냘프고 여리게만 보였던 고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서른을 넘기면서 예전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체격적으로도 다부져진 데다, 연기적인 성장과 함께 순수한 미소년에서 믿음직하고 아름다운 남자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의욕이 앞섰다면 지금은 내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한때는 과연 이 길이 내 길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지만 작년에야 연기가 내 길임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제가 달라졌다면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겁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밝은 느낌을 주는 제목이지만, 내용은 가슴 사무치게 아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 '고맙습니다' 등을 통해 늘 가슴을 후벼 팠던 이경희 작가의 작품답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강진과 지완의 아프고 시린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강진이 여자에게 부드럽고 따뜻하게만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그의 사춘기 시절 거친 성향에 끌렸습니다. 기본적으로 쉽지 않은, 좀 어둡고 진지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아플 줄은 몰랐어요. 극이 진행될수록 아픔이 점점 쌓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술집 작부인 엄마 밑에서 자라면서도 엘리트로 성장한 강진은 고교 시절 첫사랑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지완을 10년간 잊지 못하다 운명적으로 재회했다. 그런데 지완이 떠났던 이유는 지완의 친오빠가 강진이 잃어버린 펜던트를 찾으려다 강에 빠져 죽었기 때문. 꿈에도 그리던 지완을 찾았지만, 이러한 비극적인 사실을 알게 된 강진은 괴로워하게 된다.
"강진은 어렵게 지완과 다시 만났지만, 이내 자신의 존재가 지완에게 아픔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은 후 스스로 지완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죠. 7일(10회) 방송에서 둘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지만 글쎄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방송을 보셔야 합니다.(웃음)"
그는 내성적이다. 말수도 적고, 생각도 많다. '바른 생활 사나이'이기도 하다. '요란한' 연예계에서 상처받기 쉬운 성격이다.
"군 복무 전후로 활동을 쉬면서 다시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어요. 이 세계에서 일하면서 중간에 너무 힘들어 배우는 내게 너무 버거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다시 또 그 속에 들어가 정신없이 지내며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야하나 싶었죠. 하지만 내 식대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예전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받아들이고,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피아노'(2001), '순수의 시대'(2002), '남자가 사랑할 때'(2004), '그린로즈'(2005) 등 그는 이전에도 삶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군 제대 후에도 영화 '백야행'을 거쳐 이 드라마를 통해 그늘이 깊은 연기에 몰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신인 때는 '점프', '가문이 영광', '논스톱' 등의 시트콤에서 엉뚱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도 '썰렁'하지만 종종 농담을 던져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직은 감정적으로 좀 힘든 역할을 좇는 게 사실이에요. 물론 밝은 연기도 힘들지만 지금은 벼랑 끝에 몰린 역할에 계속 애정이 가네요. 코미디는 데뷔 초에 많이 했잖아요. 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는 연기에 대해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뭔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올인해서 인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배우'라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어색해했다.
"배우는 제게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길이에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만큼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 아주 큰 의미입니다. 과연 제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요. 전 그냥 제게 주어진 연기라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할 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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