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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일인다역 ‘종횡무진’ 프로그램 ‘쥐락펴락’

등록 2010-02-02 08:46수정 2010-02-02 17:50

방송 리포터의 진화
리포터가 달라졌다. 여행지·맛집을 소개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상황극을 만들면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간다. ‘사건·사고 전문’ 리포터도 나타났다. 리포터의 대명사인 연예 리포터들도 단순히 질문자 위치에서 벗어나 인터뷰를 이끄는 주인공이 됐다. 스타가 리포터를 지목해 ‘그’와의 인터뷰를 역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불과 1~2년 사이 리포터의 세계가 급격하게 분화·발전하면서 대학에는 전공교육 과정까지 개설됐다.

■ 사건·사고부터 상황 연출까지 2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 리포터들의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문화방송 <생방송 오늘의 아침>을 막 끝낸 다섯명의 리포터 고은주, 김태민, 김용필, 박진우, 홍유경씨 앞에 라면과 김밥이 놓였다. 새벽 5시 반 기상, 7시 회의, 8시 리허설, 8시 반 방송, 10시 아침 식사, 그리고 취재로 이어지는 하루 일과. 이들은 벌써 하루 일과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시바이’의 달인(고은주), 사건·사고 전문(김용필, 박진우), 주로 생활정보나 미담(김태민, 홍유경) 등 각자의 영역에 따라 후일담도 다양하다.

■ 질문자에서 현장 진행자로 올해로 14년째라는 김생민 리포터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방송국으로 출근한 뒤 ‘겨울철 타이어 관리법’에 대해 첫 리포팅을 하던 기억이 난다”고 초년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희극인실에서는 크리에이티브하지 않다고 누구도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던 일이어서 막내들이 돌아가면서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은 별로 없어 일부 리포터들에게 일이 몰린다”는 한 제작진의 말처럼 방송 환경은 변했다. 말 한마디로 인터넷 뉴스를 달굴 만큼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스타 인터뷰의 경우 단순한 질문 차원을 넘어 현장장악 능력과 진행 능력이 요구된다. 일종의 ‘현장 엠시(진행자)’인 것이다. 한국방송 <연예가 중계>의 김영도 피디는 “김생민(한국방송), 조영구(에스비에스), 붐(문화방송) 등은 이야기를 물고 오는 능력을 지녔다”며 “배우 설경구, 김희선씨가 김생민씨를 찾는 것처럼 스타들이 인터뷰를 해야 할 상황에서 직접 리포터를 지목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몸으로 때우는 건 국내 최고”
12년차 베테랑 리포터 고은주
몸 사리지 않는 연출·진행으로
일반인 출연자 ‘이야기’ 끌어내

‘호랑이가 물고 간 여자.’ 리포터 고은주씨는 “몸으로 때우는 건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리포터로 활약한 10여년 동안 그를 물고 간 것은 미국 시애틀에 사는 백호뿐만 아니다. 타이 악어, 인도 살모사 등도 그를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저는 울고불고하면서 한시간이 흐른 거 같은데 화면을 보면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더라구요. 제가 저를 보면서 한마디 하죠. 아, 저게 프로구나.”

리포터 직종 자체가 방송인들에게는 스스로 격을 낮추는 일이라는 인식이 존재했던 10여년 전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고향 체험을 맛깔스럽게 진행하면서 ‘뻥’ 터졌다.

리포터 고은주
리포터 고은주
“어르신들이랑 한바탕 웃고 떠들고 나니까, 그다음에 저녁 프로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또 다시 아침프로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그때는 정신이 없었죠.”

“‘시바이’(일종의 상황 연출을 뜻하는 방송계 은어)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이주 피디(<생방송 오늘 아침>)의 말처럼 그는 주로 가발이나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망가지는 것은 예사이고, 과장스런 몸짓으로 벽을 타거나 출연자과의 춤판도 거침없다.

적확한 멘트와 상황을 이끄는 것이 리포터의 역할이라면 콩트를 만드는 것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아저씨, 아줌마 등 일반인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을 때 관건은 그들에게 말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아침>, <고향은 지금>(이상 문화방송), <중소기업…>(에스비에스) 등 주로 일반인들 속에서 주제를 이끌어내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27일 인천 계양구 한 촬영 현장에서 그의 ‘시바이’를 확인했다. 현관문으로 들어설 때 데면데면하던 아줌마들은 고씨의 “언니!” 한마디에 10분도 안 돼 의도된 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음에 또 봐요”라는 통장 아줌마의 말에 고씨는 “오늘 인터뷰는 성공”이라며 웃는다.

12년차. 그에게도 숙제는 있다.

“몸으로 망가지는 것은 처음부터 두렵지 않았어요. 다만 이 일을 계속하다 보니까 출연자의 첫 멘트로도 오프닝부터 클로징까지 상황을 꿰뚫게 되죠. 오늘은 이렇겠구나, 하구요. 편해지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나한테 더 나올 게 없는 것인가, 정말 더 나올 게 없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어요.”

불안감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느껴진다”며 활짝 웃는다. “묻기만 하다가 답하려니 영….” 대뜸 콧소리를 내며 어색한 듯 상황을 정리한다.

글 하어영 기자, 사진 고은주씨 제공


“강력사건 취재 뒤엔 머리 비워야”
사건·사고전문 리포터 김용필
현장 4년째…‘건망증’ 직업병 생겨

리포터 김용필
리포터 김용필
김용필 리포터는 방송가에서 몇 안 되는 사건·사고 전문 리포터다. 인터뷰 전날인 지난 27일에도 삼성그룹 부사장의 자살 사건으로 인천, 서울 등지를 누볐다. “4년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은 늘 힘들어요.”

고생담만으로도 한시간이 부족했다.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됐던 한 남성을 취재하면서 친구가 됐고, 그 뒤 다른 지역에서 사기범죄 피의자가 된 그를 또 만나 사건을 단독취재한 드라마 같은 사연들이 차고 넘쳤다.

“하루 취재를 하면 잊으려고 노력해요. 비우지 않으면 사건들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거든요.”

그 노력 덕택에 이제는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강력사건을 취재한 다음날 취재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대신 건망증을 직업병처럼 얻었다. 건망증만이 아니다.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던 강력범죄의 현장에서 숱하게 머리카락 뭉치를 봤던 탓에 머리카락 노이로제도 생겼다. 또 2년 전 급박한 취재 현장으로 달리다 경부고속도로에서 3중추돌 사고를 겪은 뒤로는 불안 때문에 차에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리포터라는 타이틀로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한 불만을 물었다.

“개인적인 욕심은 누구나 있죠. 진행자나 주인공, 저도 하고 싶죠. 하지만 조연 배우도 경지에 오르면 철학을 갖게 되듯 저도 머리 희끗해진 모습으로 사건 현장을 누비는 선배 리포터로 남고 싶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제가 만들어 가고 싶은 모습입니다.”

한시간 반의 인터뷰가 끝난 지 10시간이 지난 저녁때쯤 김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새벽 2시 보낸 메일에 ‘사회에서 범죄자의 재범률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꾹꾹 눌러 담았다.

글 하어영 기자 사진 김용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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