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무
<살맛납니다> ‘버럭 아버지’ 임채무
요즘 ‘오버’하는 예능 너무 많아, 배우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TV가 낙’인 소시민 배려해야, 액션연기 꿈…록음반 올안 낼것
요즘 ‘오버’하는 예능 너무 많아, 배우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
‘TV가 낙’인 소시민 배려해야, 액션연기 꿈…록음반 올안 낼것
인터뷰 시간 평균 50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질문을 던져야 하거나, “~구염,” “~했져” 등 혀짧은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하는 경우 인터뷰 시간은 토막잠보다도 짧게 느껴진다. 전자는 말을 끊기가 쉽지 않고, 후자에게는 질문의 취지를 재차 설명해야할 때가 많아서다. 임채무 ‘선생님’을 만난 것은 지난 10일, 문화방송 드라마 <살맛납니다>의 독한 아버지 ‘장인식’이 수술복을 입고 촬영을 들어갈 참이었다. 주량 무용담과 가족 이야기, 수십년동안 ‘좋아진게 없는’ 방송가 얘기 등으로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남은 10분여, 드라마 속으로 달음질쳐야 했다. 장인식이라는 인물의 독한 이미지가 지금까지 쌓아온 임채무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부터 물었다. “멜로배우 이미지로 잘살아오다가 인자한 아버지로 마무리하면 되는데 왜 그리 자청해서 욕먹느냐고 그래요.” “질 떨어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장인식의 위악 안에 들어있는 신분상승 욕망과 성취 뒤의 불안, 그 바탕이 되는 가족중심적 보수성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고부갈등만 있나, 시아버지는 인간 아니에요? 며느리가 미울 수도 있죠.”라며 웃는다. “저는 장인식이 하는 행동들이 결국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줄 알았어요. 버럭하지만 그 버럭에서 진심을 주는 사람, 주변에 많거든요.” 질문 하나에 쏟아지는 말들, 이번에는 진정한 악인과 위악적인 인간의 차이를 자신의 연기로 해설한다. “너 죽고 싶어?”라는 대사 한마디로 시작된 느닷없는 연기론, 빡빡한 인터뷰 시간으로 마음은 조급한데 팔에서는 닭살이 돋았다.
임채무
임채무는 드라마 포스터에도 없는 장인식이라는 아버지 캐릭터에 ‘위악’이라는 숨을 불어 넣어 극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장인식은 브라운관에서는 낯설지만 주변에는 꼭 있는 독한 시아버지다. 지난 2주정도 개과천선하는 것 같더니, 다음 주 다시 버럭연기로 돌아간다. 조카사위로 삼으려고 했던 김기욱(이민우)이 며느리 홍민수(김유미)의 옛 애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임신한 민수의 아이마저 친손자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하다는 말까지 나오게 되는 상황, “천둥번개가 치겠죠”라며 입술을 앙 다문다. “막장으로 가는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우리는 그렇게(막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한다. 임채무는 막장이라는 말 대신 개판이라는 말을 썼다. 높은 목소리, 부라리는 눈빛, 검지를 세워 상대방을 콕 찌르는 듯한 삿대질까지 드라마 속 장인식 그대로였다.
“솔직히 아침 드라마부터 불륜 아닌 게 어딨고, 삼각관계 아닌 게 어딨습니까. 개판이죠. 우리 드라마는 그렇게는 안될 거예요.” 이야기는 신인들의 연기력 부족과 그것을 반성하지 못하는(반성하는 척하는) 태도, 반짝 신인으로 한몫을 잡으려는 기획사의 잘못된 관행 등으로 번져갔다. “요즘 신인 여배우들 얼굴이 똑같아요. 표정도 똑같죠. 길게 보고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일단 외모만 되면 똑같이 성형해서 밀어넣죠. 기획사가 문제에요. 보아나 소녀시대를 가수로 만들어내는 것처럼, 배우도 길게 보고 만들어야는데, 공장같은 기획사들이 어린 친구들을 다 망쳐놓고 있어요.” 쓴소리는 계속됐다. “게다가 그런 준비 안 된 친구들이 오바하는 예능이 너무 많아요. 누구보고 다 보라는 것인지, 비싼 전파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는 것인지….” 임채무에게 ‘개판’의 기준은 넓고 엄격했다. 원래 임채무는 인터뷰를 잘 안하기로 유명한 배우다. “40년정도 되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생긴다”며 다시 목소리를 높여간다. “인터넷을 시끌시끌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위해서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지, 누릴 게 없어서 해가 지면 텔레비전 앞에 모이는 소시민들을 위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에요. 개판말고도 소재는 많이 있잖아요. 강남 보세요, 타워팰리스하고 그 건너편에 소시민들이 사는 곳, 그런 빈부격차도 얘기가 되고…. 수도요금 3만원을 일곱집이 나눠내면서 십원짜리 하나를 누가 더 내야하느냐는 것을 두고 아웅다웅하는 모습, 그런 사는 얘기, 재미는 이미 <한지붕 세가족>에서 입증되지 않았나요?” 똑똑똑, 방문이 울렸다. 다음 일정을 위한 독촉이었다. “나는 능력보다 굉장히 축복받고 산 사람입니다. 다만 제 어렸을 적 꿈이 군인이었거든요. 결국은 배우를 하게 됐는데…. 스튜디오를 벗어나 현장에서 와일드하게 뒹구는 액션을 하고 싶은 게 제 마지막 소망입니다. 장동건 같은 배역은 저한테 들어오겠어요? 그 옆에 있더라도, 한번 마지막 꿈을 이루고 싶은 것이죠. 하하하.” 그가 말하는 마지막 꿈은 하나 더 있었다. “올해 제 인생 마지막 앨범이죠.” 그는 이미 13집 가수다. 노래방에서 임채무를 입력하면 두 곡을 찾을 수 있다. “제가 평생 한번 <황금어장>에 출연했던 것처럼 비트가 빠른 록을 부를 생각이에요. 또…. 비보잉을 배우려구요. (체력때문에)길게는 못하겠지만 간주부분에 30초 정도 안무를 짜고 있어요. 랩도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노래방 기계에도 들어가구요. 하하. 올해 안에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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