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공부의 신은 순탄하게 20% 중반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둘 듯하다. 재작년 꽃보다 남자에 이어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학원물은 이로써 다시 한번 kbs의 효도 상품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부유한 꽃돌이들을 등장시켜 여주인공을 민폐 캐릭터까지 만들면서 달달한 로맨스를 노골적으로 유포하여 초등학학생부터 아줌마들까지 그 마음을 혼돈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꽃보다 남자나, 물론 이 정부의 교육 시책에는 아주 적절한 홍보 효과를 낳았을 지는 모르지만, 매번 방송 후에 덧붙이는 공부 비법 조차 새로운 비책인양 아이들에게 회자되도록 만들었던 '공부 그것만이 살 길이다'를 외쳤던 공부의 신이 과연 국영 방송 kbs에 걸맞은(이제와 국영의 존재감이 무엇이었냐고 정의하기조차 힘들지만) 드라마였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요즘 일부 방송사의 동계 올림픽 독점 중계로 한 나라의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나라 같은 분위기의 뉴스 시간 임에도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중학생의 과도한 졸업 뒤풀이이다. 한 여학생을 다수의 학생들이 둘러싸고 케챱을 뿌리며 옷을 벗기려 했던 시도에서 벌려진 입들은, 후배들을 바닷물에 수장시킬 뻔한 이벤트에 이어, 이젠 아예 알몸으로 집단 구르기를 시키는 지경에 이르러서, 도무지 닫힐래야 닫힐 수가 없게 만들었다. 더구나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들이라니!
한겨레에 실린 한 점잖은 어른의 분석은 이에 대해 온나라를 혼돈의 도가니로 빠뜨린 IMF이후 어른들은 저마다 먹고 살기 바빴고 거기에서 방치된 아이들은 피시방과 인터넷을 전전하며 성장하다보니, 그 청소년기의 억눌린 열정과 열기가 저렇게 발산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느 중학교라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변두리일 수록 중학교 교실을 한번 들여다 보면 단번에 답이 나오는 현실이다. 한반에 과연 몇 명의 아이들이 공부라는 걸 하고 있는지. 한다하는 대학 나온 엘리트들이 만드는 것이 교육 정책이고, 고민을 합네 하고 기사줄이나 쓰는 사람들이라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드는게 또 우리나라 교육 정책이고, 그리하여 정권만 바뀌면 다들 한번씩 유행에 맞춰 옷갈아 입듯 갈아입는 것이 교육 정책인데, 보면 늘 그 교육 정책은 누구를 대학을 보낼 것인가의 문제만 가지고 아웅다웅한다.
그 누구도 시험 시간이 시작되자 마자 바로 엎드려 자는 때로는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의 고뇌와 고통을 돌보지 않는다. 솔직히 자기가 자기 돈 가지고 죽자고 자기 자식 공부 시키겠다는 걸 누가 말리겠는가. 그걸 위해 이사도 마다치 않고, 기러기가 되는 것도 마다치 않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 학교에 앉아 있는 그 자체가 도를 닦는 시간이라면, 그리고 그 시간이 하루도, 한달도 아니고 몇 년씩이라면, 그 시간을 마치는 그날 그 학생들의 기분이 어떨까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졸업식에 감옥을 마치고 나온 사람에게 주는 '두부'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고, 그저 사고 치지 않고, 떠들지 않고 앉아만 있어주면 감사하다고 졸업장을 쥐어주는 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처지는 한번도 헤아리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니 법적으로 하겠다고 달려드는 어른들, 그래서 겨우 중학교 졸업한 주제에 벌써부터 별부터 달 처지에 있는 그 아이들이 한심하다고 해야할지,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학교 선생님도 방치한 그들이지만 선배의 말이라면 옷을 벗고 좌로 굴러도 감수할 수 있는 그들만의 또래 문화는 과연 누구의 책임일지. 다들 욕하기에 바뻐, 사실은 그들이 내 아이들 또래라는 걸 잊고 있지는 않은지.......... 한창 인기를 끄는 공부의 신에서 강석호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올 것을 독려한다. 한때 자기도 학교 공부 따위 다 필요 없다던 양아치 학생이었지만 오늘날 이렇게 변호사가 되지 않았냐면서 어른들의 세상을 비웃지 말고 너네들이 그걸 바꾸라고 한다. 그리하여 천하대 특별반에 모인 아이들은 회마다 눈시울을 적시는 기적을 만들고 드디어 이제 수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강석호 변호사가 살려야 하는 병문고에는 천하대 특별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는 천하대를 가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솔직히 깨놓고 학교들은 너도 나도 명문대를 보내는데 목숨걸고 또 학부형들이나 아이들도 공부에 목숨 걸고, 인생 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텔레비젼은 그 욕망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아니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를 보다 더 극적이며,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으로 사람들을 그 앞에 모이게 하고 있다.
생각노트
저자 기타노 다케시 지음 | 권남희 옮김
출판사
북스코프 펴냄 | 2009.05.25 발간 책소개 기타노 다케시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세상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그 누구도 차마 입 밖에 내지 않는 진실을 엉뚱하게도 일본의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갈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 된다고 뻥치지 말라고. 세상에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다고. 오히려 사람들은 노력해도 다 된다고 말함으로써 해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고 추락하는 사람에게 눈꼽만치의 애정을 보내지 않는다고. 역으로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다 된다고 말할 수록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게 된다고. 병문고 천하대 특별반의 아이들은 그래도 선택된 아이들이다. 그들이 천하대를 가건 못가건, 단 몇 달이라도 선택되어 여러 선생님들의 따뜻한 보살핌이든 구박이든 관심을 받았으니까. 천하대 특별반으로 병문고를 살려야 한다고 모든 선생님들이 거기에 관심을 기울일 때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 것이 도를 닦는 것과 같은 다수의 병문고 아이들은 졸업식 만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래도 중학생은 추태라도 부리며 앙탈이라도 부리지, 별 볼일 없는 대학이나, 그도 아니면 그대로 사회라는 찬 바닥에 던져질 아이들의 어깨는 마냥 작아만 질뿐이다.
학교 선생님도 방치한 그들이지만 선배의 말이라면 옷을 벗고 좌로 굴러도 감수할 수 있는 그들만의 또래 문화는 과연 누구의 책임일지. 다들 욕하기에 바뻐, 사실은 그들이 내 아이들 또래라는 걸 잊고 있지는 않은지.......... 한창 인기를 끄는 공부의 신에서 강석호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올 것을 독려한다. 한때 자기도 학교 공부 따위 다 필요 없다던 양아치 학생이었지만 오늘날 이렇게 변호사가 되지 않았냐면서 어른들의 세상을 비웃지 말고 너네들이 그걸 바꾸라고 한다. 그리하여 천하대 특별반에 모인 아이들은 회마다 눈시울을 적시는 기적을 만들고 드디어 이제 수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강석호 변호사가 살려야 하는 병문고에는 천하대 특별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학교는 천하대를 가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솔직히 깨놓고 학교들은 너도 나도 명문대를 보내는데 목숨걸고 또 학부형들이나 아이들도 공부에 목숨 걸고, 인생 거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텔레비젼은 그 욕망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아니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를 보다 더 극적이며, 선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으로 사람들을 그 앞에 모이게 하고 있다.
저자 기타노 다케시 지음 | 권남희 옮김
출판사
북스코프 펴냄 | 2009.05.25 발간 책소개 기타노 다케시만의 방식으로 바라본 세상과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전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그 누구도 차마 입 밖에 내지 않는 진실을 엉뚱하게도 일본의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갈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 된다고 뻥치지 말라고. 세상에 노력해도 안되는게 있다고. 오히려 사람들은 노력해도 다 된다고 말함으로써 해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고 추락하는 사람에게 눈꼽만치의 애정을 보내지 않는다고. 역으로 무엇이든지 노력하면 다 된다고 말할 수록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게 된다고. 병문고 천하대 특별반의 아이들은 그래도 선택된 아이들이다. 그들이 천하대를 가건 못가건, 단 몇 달이라도 선택되어 여러 선생님들의 따뜻한 보살핌이든 구박이든 관심을 받았으니까. 천하대 특별반으로 병문고를 살려야 한다고 모든 선생님들이 거기에 관심을 기울일 때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 것이 도를 닦는 것과 같은 다수의 병문고 아이들은 졸업식 만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래도 중학생은 추태라도 부리며 앙탈이라도 부리지, 별 볼일 없는 대학이나, 그도 아니면 그대로 사회라는 찬 바닥에 던져질 아이들의 어깨는 마냥 작아만 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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