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촬영 현장] ‘그의 힘’이 주도하는 최적화 상태
지난 19일 경남 통영 욕지도 <1박2일> 촬영 현장.
“얘들아 시작하자.” 강호동이 멤버 6명을 불러 세웠다. “큐”도 강호동의 입에서 나왔다. 은지원의 결혼 발표에 이어 나영석 피디의 ‘남극체험 계획’에 대한 이야기까지 촬영의 시작과 끝은 강호동의 몫이었다.
강호동의 시선에 따라 카메라 11대는 근경과 원경을 분할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면 강호동은 피디·작가와 상황을 조율했다. 대본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그에게는 숨돌릴 시간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유재석의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 박명수의 간섭이나 박미선의 뒷받침과 같은 역할 분배의 틈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강호동은 말버릇처럼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섞었다.
먹거리 복불복 코너의 녹화를 마친 밤 10시가 넘어 시작된 인터뷰에서도 휴식과 체력 안배에 대한 질문은 빠질 수 없었다.
“(좀 쉬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왜 보내시려구요? 조금만 더 할게요. (굉장히 큰 목소리로) 하하하.”
“(사람들이) 방송은 심리전이라고 생각하죠. 씨름은 체력전이고, 체격이 좋으면 유리하다구요. 하지만 사실은 씨름이 심리전이고 방송이 체력전이에요. 특히 예능은 체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어렵죠. 씨름선수 시절보다 운동을 더 하는 것 같아요.”
쉬는 틈틈이 힘겨워하는 듯한 혼잣말을 들었다는 말에 “네?”라고 반문하며 던지는 시선에 매서움이 녹아들었다. 그 찰나로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고 자신의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승부사 기질마저 엿보였다. 인터뷰 상황까지 자신이 ‘진행’하는 솜씨는 여전히 흠잡을 데 없었다. “좀 쉬었으면 좋겠다. 동생들이 따라가기 너무 힘들다”는 엠시 몽의 말처럼 1박2일의 <1박2일>은 그의 ‘힘’으로 움직였다.
이명한 피디는 “초창기에는 작가의 상황 설정이 있고, 피디가 적절하게 개입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강호동이 주도한다”며 “체력 안배나 매너리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강호동이 지금 상태로 최적화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참여한 <1박2일-통영 욕지도 편>은 오는 3월21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방송된다.
통영/하어영 기자, 사진 한국방송 제공
통영/하어영 기자,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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