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이미연
25일 밤 이미연의 등장은 꼿꼿했다. 인터뷰 내내 <선덕여왕>과의 비교, <명성왕후>와의 비교 등 날 선 질문들이 이어졌다. 목소리가 갈라진 건 인터뷰 20분 만이었다. 그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인 고현정의 화려한 컴백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난해 <선덕여왕>, 저도 너무 재미있게 봤죠. 그런데 고현정씨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봐요. 분명히 다른 연기를 선보일 것이구요. 밝고 건강한 카리스마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사실 고현정보다는 이전작 <명성왕후>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그에게는 더 컸다. “벌써 10년이 다 돼가는데 <명성왕후>를 많이 기억하시더라구요. 달라져야겠죠.” 진심을 전달하려는 이미연의 노력과는 달리 그의 답변들은 반복되는 질문에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도덕 교과서처럼 ‘열심’과 ‘최선’에 머물렀다.
이튿날 아침 8시께 제주 민속촌 박물관 내 촬영 현장. 1회 도입부 촬영을 위해 30분쯤 리허설이 진행된 뒤 이미연이 등장했다. 만덕이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민들을 돌아보며 안타까워하는 장면.
1시간 가까이 공개된 현장에서 이미연의 밝은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현장에서는 나 스스로 주인공으로 몰입하려고 ‘나는 만덕이다’라고 계속 되뇌인다”는 어제의 말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겠다는 듯 간단한 질문조차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주지 않았다. “큐!” 소리와 함께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는 이미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엔지’ 없는 몰입에 강병택 피디의 “오케이” 소리는 밝다.
제주/하어영 기자,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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