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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표절 타파’ 가요계 연대 책임을 묻다

등록 2010-03-17 08:52수정 2010-03-17 09:30

인디밴드 와이낫(왼쪽)이 최근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오른쪽)의 ‘외톨이야’가 자신들의 곡 ‘파랑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가요계 표절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디밴드 와이낫(왼쪽)이 최근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오른쪽)의 ‘외톨이야’가 자신들의 곡 ‘파랑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가요계 표절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와이낫, 저작권 소송으로 본 ‘베끼기’ 관행]
씨엔블루 ‘외톨이야’ 인디밴드곡과 유사 논란
창작자 무릎 꺾는 ‘선표절 후합의’ 악습도 여전
매번 같은 패턴이다. 논란이 일어나면 결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논란이 전부다. 명확히 시비가 가려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표절 얘기다. 음악계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가 법원에서 결론 난 경우는 2006년 엠시(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더더의 ‘잇츠 유’를 표절했다 하여 원고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례밖에 없다. 하나의 판례가 더해질 전망이다. 지난 11일 인디밴드 와이낫이 씨엔블루의 곡 ‘외톨이야’가 자신들의 곡 ‘파랑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작곡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논란의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동안 논란만 있고 결과가 없었던 건 시간적·경제적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표절 대상곡이 외국곡인 상황. 서구의 기준에서 보기에 한국 음악 시장은 ‘거스름돈’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굳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법정까지 갈 이유가 없다. 별 대응을 안 하거나, 표절이 명백한 경우 물밑 협상을 통해 저작권을 이양받는다. 한때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곡들 중 저작권자가 소리 소문 없이 바뀌었다면 후자에 해당한다고 봐도 좋다. 표절 당사자, 즉 저작권 침해자로서도 잃을 게 없는 게임이다.

여기에는 한국 음악계의 고질적 병폐도 작용한다. 1990년대 이후 제작자가 음악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작곡가의 위상은 예술가에서 고용인으로 변했다. 일부 제작자는 외국 유명곡을 작곡가에게 던지면서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곡을 쓸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상 표절을 종용하는 것이다. 공공연한 비밀이다. 게다가 몇몇 작곡가가 사실상 대부분의 히트곡을 쓰는 구조가 정착됐다. 설령 천재라 할지라도 창작할 수 있는 곡에는 한계가 있다. 표절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대중음악이 이윤 창출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속되면서 생겨난 악습이다.

‘몇 소절 이상 같으면 표절’이라는 식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법원이 음악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적용하는 기준은 실질적 유사성이다. 단순히 악보상 몇 소절의 동일함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멜로디와 화성, 리듬 등을 복합적으로 따진 뒤, 일반 청중이 듣기에 두 곡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외톨이야’가 발표된 첫날, 곧바로 네티즌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끝에, 원곡인 ‘파랑새’ 1위 만들기 운동까지 벌어졌다.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두 노래의 유사성에 동의하는 청중이 많다는 얘기다.

악습을 타파하는 건 ‘창작자의 도덕’ 운운하는 공자님 말씀이 아니다. 현실적 규제와 제도다. 한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느낄 때, 저작권위원회에 심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은 이를 제기한 저작자의 몫이다. 저작권 침해 의견을 받아내고 이를 근거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할 시간적·경제적 지출을 생각하면 역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설령 이긴다 한들, 얻는 건 자존심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작권위원회 심리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작은 제도적 장치만으로도 음악 저작권에 대한 감시 장치는 자연스럽게 보완될 수 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만이 이 지긋지긋한 표절 문제에 대해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리라.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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