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2집 ‘오’
확실한 것은, 소녀시대가 현존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 중 가장 선두에 위치한 팀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앨범을 논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여성 아이돌 그룹과의 비교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소녀시대 내부의 문제에 가깝다. 한마디로 선두라는 위상과 선두라고 말하기는 모호한 음악적 완성도 사이의 괴리다. 물론 ‘다시 만난 세계’나 ‘Gee’같은 훌륭한 싱글의 존재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앨범들이 싱글 곡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다소 전형적이고 평균을 크게 상회하지 못하는 곡들로 채워져 왔음을 부인하기도 역시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소녀시대의 두 번째 정규 앨범 [Oh!]는 과거의 자신들과 맞붙어 한번 지고 한번 이긴다. 먼저 싱글 곡의 경우, 의심의 여지없는 패배다. 앨범 최고의 곡이 재수록된 ‘Gee’라는 사실은 뼈아프다. ‘Oh!’는 만듦새에 있어 ‘Gee’에 뒤처지고, 판타지의 자극에서는 ‘소원을 말해봐’를 따라가지 못한다(기보다는 그냥 대놓고 패를 드러낸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건 미덕이지만 ‘Gee’는 몰입도는 기본이요 신선하기까지 했다.
반면 앨범 단위로 보았을 경우(비록 정규 앨범은 두 장 뿐이지만) [Oh!]는 소녀들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건실하다. 첫 번째 정규 앨범 [소녀시대]의 보다 화려하고 풍성해진 파워 업 버전이라 할 만하다. 뮤지컬 콘셉트(‘화성인 바이러스’)를 차용하거나 보사노바 스타일(‘카라멜 커피’)을 담는 등 새로운 시도도 했다. ‘Abracadabra’의 성공을 이어받으려는 모색(‘Show! Show! Show!’) 역시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녀들 안에서 나와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Oh!]는 숙명 같은 깜찍/발랄 소녀풍 곡들(‘웃자’, ‘무조건 해피엔딩’ 등)을 기본으로 하는 안정 지향적 작품의 연장이다. 상기한 새로운 시도들 또한 소녀들(혹은 여성 아이돌 그룹) 내부에 위치할 때 비로소 작동 가능한 새로움이다. 다시 말해서 완성도는 높이되 일정한 틀은 고수했다(파워 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변화와 파격이 의무는 아니다. 웰메이드 걸 팝은 그 자체로 존재의의가 있다. 다만 앨범에 중첩되어 있는 여러 단면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고 싶었고, 그중 하나일 뿐이다. 소녀시대(혹은 여성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대한 편견 섞인 폄하와 그 반대급부로 생겨나는 과대평가는 둘 다 옳지 않다. 인디 음악을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돌 음악을 평가할 때 가져야할 것은 균형 감각이다. / 김봉현 대중음악 평론가
◈김봉현= 가슴, 리드머 등을 거쳐 현재는 보다의 필진으로 있다. 각종 웹사이트/방송/신문/출판물에 흔적을 남겼다. 친우들과 힙합 책 2권을 냈다. 군대에서도 (비공식) 삼군통합 흑인음악 동호회 시삽을 지냈다. 하지만 흑인음악만 들을 거라는 오해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윤종신의 연애 패배주의를 사랑한다. 신자유주의와 가치의 경량화를 반대하지만 귀여운 걸은 찬성한다. 호불호가 확실해 친구는 없지만 프렌드는 있다. 네이버에 김봉현을 치면 항일애국지사가 나온다. 내가 짱이다.
■ 한겨레 대중음악 웹진<100비트> 바로가기
신선한 충격을 준 소녀시대의 ‘Gee’,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