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복귀무대 된 ‘세바퀴’…출연 전 철저한 준비 필수
중년 스타여, 가면을 벗고 준비하라.
모처럼 시청자들과 만나는 중년 스타들의 복귀 무대가 되어 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예전 콩트 형식에서 <개그콘서트> 식의 스탠딩 형식으로 바뀌면서 설 자리가 없어진 왕년 스타들이 다시 한번 입심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세대들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세바퀴>는 또한 치열한 생존경쟁의 무대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왔다는 반가움만으로는 1회용 출연자에 그치고 만다. 반면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정출연자로 떠오르는 중년 스타들도 있다. <세바퀴> 속 성공 법칙은 과연 어떤 것일까?
■ 가면을 벗어라 <세바퀴> 팀이 밝히는 섭외 원칙은 ‘정상에 올라본 경험자’들이 우선이다. 30대 이상 시청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인지도가 필수다. 박석현 피디는 “콩트가 유행했던 당시는 맡은 역할이 그 인물의 실제 모습이라 여겼다”며 “시청자들이 지금 기대하는 건 그때의 추억이기 때문에 예전 텔레비전 속 모습이 실제 모습에 가까운 출연자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등장한 과거의 스타가 그 이미지를 배반하면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첫 출연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민하던 김정렬에게 이경실의 한마디는 명약이 됐다. “오빠, 그냥 내 옆에서 숭구리당당이나 춰.”
■ 준비하라 확실히 보여줄 것을 갖추고 출연하는 것이 철칙. <세바퀴>에서 화려한 입담과 기상천외한 춤으로 몸개그를 보여주면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한 서승만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서승만은 집단 토크 체제에 적응하려고 섭외가 오기 전부터 요즘 예능프로그램을 분석하며 기회가 오길 기다렸다. “프로그램별로 토크 소재도 구분해 뒀습니다. 아이돌부터 어르신까지 나오는 <세바퀴>에는 세대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피투게더>에는 유재석, 박명수 등 출연진과의 에피소드를, <강심장>에서는 신인 때 고생담 등을 이야기해야 먹힙니다.” 잠깐, <강심장>과 <해피투게더>에 서승만이 출연한 적이 있었나? “혹시 몰라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 무조건 즐겨라 열심히 준비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 ‘남자의 자격’의 김태원이 예상을 깬 예능 스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김태원은 로커라는 이미지를 애써 깨려고도, 남겨두려고도 하지 않았다. 체력이 달려 늘 영양제를 사먹는 ‘약골’이지만 억지로 꾸미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하고 즐겁게 몸을 던지는 것에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선우용녀는 <세바퀴>에 나와 스트레스를 풀고 가고, 언어 개그 실력이 떨어지는 임예진은 창을 배워오는 등 자기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면서 즐기듯 출연한다. 박피디는 “선우용녀는 출연자들의 개인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며 자기 이야기를 끼워넣는 순발력이 단연 최고”라며 “참견하는 할머니 같은 역할을 본인이 즐길 줄 안다”고 평했다.
■ 누구세요? 달라진 환경은 돌아온 이들에겐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특히 예능을 점령한 아이돌 세대와의 호흡이 필수인데, 전혀 다른 세대가 함께 방송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서승만은 “<세바퀴>에 나와 예전 개그맨 선후배 사이의 군기를 이야기했더니 아이돌들이 딴 세상 이야기 듣는 것처럼 멀뚱거리고 있더라”고 했다. 결국 소통하려는 노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박 피디는 소통능력 최고 출연자로 조형기씨를 꼽는다. 잘 모르는 아이돌이 출연하면 어떤 그룹의 누구인지 등을 제작진에게 미리 묻는 센스가 만점이라는 것이다.
남지은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