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열린 ‘한강캠페인’ 행사에 일일 환경가이드로 참가한 영화배우 윤진서씨는 “내 삶이 바뀌어야 환경도 바뀐다”며 “그게 당장은 불편해도 결국 환경과 사람이 같이 사는 길”이라고 말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환경지킴이로 나선 배우 윤진서
올해 초 환경운동연합에 윤수경이라는 스물일곱살 먹은 여성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6년 동안 환경연합 회원이었으나, 혼자서 환경보존 실천을 해오다 이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고 했다. 봉사 기간을 쓰는 항목에는 “평생 하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환경운동연합은 직업을 밝히지 않은 이 여성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인턴으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런 답장이 왔다. “사실은 제가 일을 하고 있어 인턴은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영화배우 일을 하는 윤진서라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게요.” 전자우편을 받은 최홍성미 웹운동팀 부장이 윤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윤씨는 오래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윤씨의 본명인 ‘수경’도 한자로는 물 수(水)에 서울 경(京)이어서 서울의 한강과 뜻이 통한다. 환경연합은 윤씨의 이런 뜻을 살려 지난 10일 서울 마포대교 아래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한강캠페인’에 하루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달라고 제안했고, 윤씨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윤씨는 마포대교 아래서 서강대교의 밤섬 탐조대까지 시민들과 함께 걸으면서 밤섬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 알아보는 프로그램의 길잡이로 나섰다. 환경연합의 민성환 생태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이 공동 길잡이를 맡았고, 엄마와 아이들 20여명이 함께 1시간 동안 걸으며 밤섬에 대해 공부했다. “예전엔 밤섬이 여의도와 붙어 있었는데 정부가 여의도 개발을 위해 밤섬을 폭파해 골재를 채취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두 섬으로 갈라지게 됐어요.” 윤씨는 시민들과 함께 걷는 동안 ‘밤섬의 맑은 노래’라는 시조를 읽기도 하고, 서강대교 밤섬 탐조대에서는 밤섬 앞 물 위에 떠 있는 청둥오리를 찾아주며 친절히 설명해 줬다. 윤씨는 개인적으로도 생활 속의 환경운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린스를 쓰지 않고, 쌀뜨물을 받아뒀다가 설거지할 때 사용하고,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 3년 전부터 채식을 시작했고, 부모와 함께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기도 한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해요. 손에 비누칠할 때 수도꼭지를 잠깐 잠그는 것부터 실천하려고 해요.” 윤씨는 조만간 환경운동연합이 준비하는 ‘에너지 소비 줄이기 프로젝트’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내 삶이 바뀌어야 주위도 바뀌고 지구가 바뀌잖아요. 당장은 불편해도 결국엔 환경과 사람이 함께 사는 길이죠.” 말투는 차분했지만,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글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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