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23)
사극으로 돌아온 한효주
“어쩌겠어요. 제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동이’가 <대장금> 속 ‘장금’이와 비교되는 게 속상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날아온다. 여배우라면 “열심히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따위의 뻔한 답안을 늘어놓기 마련일 것이란 예상을 깬다. 솔직해서 놀랐다고 하니 기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결정타를 날린다. “내숭 좀 떨걸 그랬나요. 하하하.” 한효주(23)에겐 늘 밝고 씩씩한 ‘캔디형 배우’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가 다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는 미소 때문인지 작품마다 그는 명랑하고 착한 역할을 맡았다. ‘동이’는 그 이미지의 결정판이다. 이병훈 피디도 한효주를 캐스팅한 이유를 “어린 나이에도 카리스마 있고 당찬 이미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효주도 “열에 여덟은 나를 동적인 이미지로 보고 있다”고 했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그는 동이처럼 진지하다. 한효주는 숙빈 최씨 역할을 맡은 뒤 실제 묘에 다녀왔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와 친해지는 나만의 방식이랄까. 가기 전날 눈이 많이 내렸는데 아무도 안 밟았더라고요. 제가 처음 밟았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뭔가 좋은 기운을 얻은 것 같았어요.” 그 덕분일까, <동이>는 시청률 20%대를 넘나들며 점점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동시에 숙종과 장희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관심을 모으는 것과 달리 주인공 동이는 너무 뻔한 인물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빠를 잃고 남동생을 돌봐야 했던 <찬란한 유산>의 은성이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는 평이다. 동이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동이’답게 대답한다. “뒤돌아보지 않아요. 앞으로 갈 길도 먼데요.” 촬영장에서 만난 한효주는 엔지가 난 틈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곳을 지긋이 응시하곤 했다. 잠시나마 햇살을 받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체력을 충전하는 거죠. 신이 많으니 말을 아껴요. 활짝 웃는 미소도 사극에는 안 맞다고 생각해 조절하고 있어요.” 울림 큰 배우로 자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한효주는 책을 즐겨 읽는다. 배우와 독서가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 방송계에선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이날 촬영장에도 그는 <덕혜옹주> <너는 모른다> 두 권을 가방에 넣어왔다. “두 책 모두 여자의 일생을 다룬 소설들이어서 <동이>를 찍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웃었다.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답답할 때는 글도 쓴다. 한효주의 숨은 또 다른 모습이다. “아직은 에세이 정도”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소설 쓰는 캔디, 언젠가 그런 한효주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남지은 기자,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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