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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인기작가 비싼 몸값 ‘문제는 외주제작 시스템’

등록 2010-04-26 20:03

인기작가 비싼 몸값 ‘문제는 외주제작 시스템’
인기작가 비싼 몸값 ‘문제는 외주제작 시스템’
한류탄 한탕주의 ‘스타’ 입도선매
기본고료+거액 특별보너스 관행
제작비 비중 높아 다른 곳서 희생
“정당한 보상”vs“드라마 질 저하”
드라마 한 편 고료가 한국 최고가 아파트 1평 값에 맞먹는 수준이 됐다. 최고 인기 연기자들의 드라마 출연료가 수천만원대에 진입한 것이 불과 몇년 전인 데 이어 이제는 스타 작가들의 고료도 5000만원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드라마 작가 고료는 왜 이렇게 뛰어오르는 것일까? 유난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의 취향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그 뒤에는 구조적인 이유들이 있다.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과다하게 편성하는 전략, 그리고 드라마를 지나치게 외주 제작하는 방송 시장 환경과 맞닿아 있다. 한류 바람 탓에 드라마 하나로 떼돈을 벌 수도 있다는 한탕주의가 퍼지면서 배우와 작가의 몸값만 폭등하는 것도 문제다.

제작사들 “스타 배우보다 작가가 더 안전”

편당 4000만~5000만원인 작가 고료는 주연 스타 배우들의 출연료에 견줄 정도다. 일부 스타급 배우들의 경우 편당 억대의 출연료를 받지만 대부분의 드라마 주연급 연기자들의 출연료로도 편당 4000만~5000만원은 적지 않은 수준이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제작사들이 작가들에게 파격적인 고료를 지급하는 이유는 시청률 경쟁에서 스타 배우보다는 오히려 작가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스타들을 기용한 드라마들의 성공률이 불확실해지면서 시청률이 검증된 작가들을 붙잡으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작가에게 비용을 들이는 대신 유명 스타들보다는 작가가 선호하는 연기력 위주의 배우들로 캐스팅해 연기료 부담을 줄이고 팀워크를 더욱 높이는 전략을 펴기도 한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수상한 삼형제>의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들이 대표적이다. 잘나가는 청춘스타 없이 작가의 역량에 최대한 기대면서 시청률 면에서는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작가들에 대한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고료 폭등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합작품

여기에 한국 방송계 특유의 외주제작 환경이 더욱 작가들의 고료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방송 3사에서 내보내는 온갖 드라마 중 외주제작사가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3분의 2에 이른다. 정부의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 편성 의무비율인 35%의 갑절 가까운 수준이다. 드라마제작사 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식 등록된 외주제작사는 36곳이고, 미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50여곳에 이른다. 방송사들은 사전 완성된 드라마를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어떤 스타 배우와 작가가 참여하느냐를 보고 계약을 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들이 작가 이름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도록 검증된 유명 작가들을 끌어오는 데 더욱 매달리고 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어떤 작가에게 얼마를 제시했다는 정보가 나오면 바로 다른 제작사가 더 많은 돈을 주면서 계약을 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고료 폭등을 부추긴다. 막대한 작가 고료를 외주제작사가 지불하게 하면서 제작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상파가 자체 제작하는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편당 미술비 4000만~5000만원을 빼면 편당 제작비가 대략 1억~1억1000만원 선이다. 외주제작사는 방송사에서 1억원 정도를 지급받아 제작해야 하는데, 실제 편당 제작비는 거의 2억원에 육박한다고 외주제작사들은 말한다. 결국 모자라는 수천만원을 알아서 충당해야 하는데, 스타 배우나 스타 작가를 기용하면 제작비 협찬 지원이 쉬워져 더욱 스타 작가와 배우 섭외에 신경 쓰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유독 고급 외제차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런 구조의 산물이기도 하다.

규정 없는 특별원고료-피해는 시청자들 몫

방송사들에는 모두 드라마 작가에게 지급하는 기본 원고료 액수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현재 방송사가 규정한 최고액은 3사 모두 회당 70분물의 경우 편당 270만원 선. 하지만 작가들은 특별원고료란 명목으로 많은 돈을 방송사나 외주제작사로부터 받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드라마 작가료 계약은 워낙 천차만별에다가 요즘에는 쉬쉬하는 경향이라서 금액을 발설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항목을 계약서에 추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가 고료 폭등에 대해 한쪽에서는 능력에 따라 작가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이에스픽쳐스 이진석 대표는 “프로의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들에게 몸값을 올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허웅 드라마국장도 “드라마는 몇달에 끝나는 것이지만 작가들로선 몇년씩 준비한 결과물이므로 그런 점을 보상받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과도한 작가 고료 때문에 드라마가 질적으로 저하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게 지급하는 회당 제작비의 절반가량을 작가에게 지급하고 나면 결국 나머지 인력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제작사들이 조연급 배우나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가 조사한 방송사 출연료 미지급 현황을 보면 2009년 7월 기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방영된 드라마들의 미지급 출연료 총액은 60억원을 넘어섰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작가료 폭등은 결국 톱스타의 몸값과 더불어 한국 드라마 산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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