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숙(33)
tvN ‘막돼먹은’…김현숙씨
직장 여성차별 풍자드라마
“할수록 화가 막 치미네요”
직장 여성차별 풍자드라마
“할수록 화가 막 치미네요”
티브이엔 자체제작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금 밤 11시)의 일곱 번째 이야기가 지난 14일 시작됐다. 시즌 중간 두어 달 준비기간을 제외하면 3년 남짓 시청자들과 만났다. 평균 시청률 1~2%. 케이블·위성방송 채널치곤 성공작이다. 못생기고 뚱뚱했던 ‘영애씨’는 대한민국 30대 싱글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캐릭터로 떠올랐다. 그런데 영애씨가 사랑받으면 받을수록 힘들어지는 게 주인공 역의 개그우먼 출신 배우 김현숙(33·사진)이다. “영애 때문에 살을 못 빼잖아요.(웃음) 그렇다고 드라마를 그만둘 수도 없고. 아, 조금만 빼면 나 진짜 예쁠 것 같은데.” 매력적인 스모키 화장을 한 눈을 치켜뜨며 투덜댔지만 현실감을 살리려고 ‘몸매 유지’를 결심한 것은 그 자신이다. 최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 제의도 날씬해지는 변신이 필요해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그를 제작진은 너무 ‘막’ 다룬다. 시즌 1부터 기저귀를 채우고, 상체를 벗고 뱃살을 주무르게 하더니 시즌 7에서는 치마가 스타킹에 끼이는 등 곤혹스런 설정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강해진다. 명색이 여배우인데. “처음에는 난감했죠. 속옷만 걸치는 장면은 최소한의 제작진만 남겨놓고 촬영했는데도 민망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내 몸을 볼 때 배도 막 만져보고 한숨 쉬고 그러잖아요. 현실감이 이 드라마의 생명이니 어쩔 수 없죠.” <막돼먹은 영애씨>는 비정규직 문제, 성희롱 등 직장 내 여성들의 차별과 고통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 풍자드라마이기도 하다. 아르바이트 외에는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는 현숙씨는 처음에는 생소했다고 한다. “촬영하면 할수록 화가 났어요. ‘정말 이래? 말도 안 돼!’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부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참아야 한다는 것 자체에 분노를 느껴요.” 시즌을 거듭하면서는 기러기 아빠의 애환, 거래처 사장을 접대해야 하는 남자 직장인들의 고달픔도 더해졌다. “요즘은 술 마시는 직장인들을 보면 하루의 시름을 맥주 한잔으로 달래시는구나 싶어 괜스레 짠해요.”
그는 <개그콘서트> ‘출산드라’로 방송에 데뷔한 뒤, 뮤지컬 <넌센스>와 영화 <미녀는 괴로워> 등을 통해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개그우먼이 연기자로 변신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배우가 목표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영애처럼 다양하고 개성 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았다. 배우로서 인생이 더딜지언정 그는 차근차근 한 발짝씩 내딛겠다고 한다. “언젠간 영화 <미저리> 속의 여주인공 같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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