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재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
축구광 북한군 분대장역
“월드컵 응원 열기 다뤘죠”
축구광 북한군 분대장역
“월드컵 응원 열기 다뤘죠”
다른 덴 몰라도 최소한 스크린에선 남북화해의 꿈이 이뤄져왔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귀중한 예 중 하나다. 이 영화의 주인공 이성재(사진)는 최근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통해 사회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날로 굳어져 가는 남북관계를 의식한 발언이다. <꿈은 이루어진다>의 주인공은 북쪽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군인들. 그들이 좋아하는 건 들고 있는 총이 아니라 축구공이다. 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인 때, 축구광인 이들이 사달을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남쪽의 서울시청 앞이 붉은 물결로 넘쳐날 때, 과연 축구광 북한 군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가 상상력의 시작이다. 이성재는 이 영화에서 축구에 목숨 건 북한군 분대장을 맡았다. 남쪽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그는 분대원들을 이끌고 비무장지대 수색에 나섰다가 남한군과 마주친다. 멧돼지를 잡던 총부리를 서로 겨누지만 이내 함께 불을 놓아 돼지를 구워 나눈다. 그리고 축구에 대한 애정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한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몰래 듣던 북쪽 군인들은 남쪽 군인들과 만나 축구 시합을 하고 월드컵 경기도 함께 본다. 그러다 북쪽 분대장은 헌병대에 남쪽과의 내통(?)을 들키게 된다. 웃음이 영화의 주된 장치이지만, 소재가 소재여서 내내 웃음으로만 이어지진 않는다. 스크린 속 이성재는 말한다. “아니 이 축구공에 무슨 얼어 죽을 자본주의 사상이 있다는 거이가?” 남쪽에서 보내온 축구공을 태워버리라는 소대장의 명령을 어기면서 분대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영화 밖 이성재 역시 천안함 사고가 걱정스럽다. “영화 속 대사처럼 축구공에 무슨 사상이 있겠어요? 정치와 상관없이 월드컵 응원 열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영화는 이성재의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작년에 영화 3편, 드라마 2편이 준비하던 중 모두 무산”되는 안타까움을 겪었고, 그 결과 2007년 <상사부일체> 이후 영화 출연이 없었다. 그사이 “신앙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찍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터진 천안함 사고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남북이 축구로 하나 되는 영화 속 광경이 현실에 펼쳐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사진 시네드에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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